美 부동산은 요즘..재택근무 일상화로 단독주택 가격 치솟아
미국 뉴저지주 알파인(Alpine)은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조지워싱턴다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입구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대저택이 즐비한 곳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이곳 부동산 시장은 매우 조용했다. 인구가 15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라 주택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 수요 역시 제한적이라 거래가 매우 드문 곳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뉴욕 맨해튼에서 나와 거주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알파인 글렌코인가(街)에는 수영장 딸린 저택 하나가 매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건평만 691㎡(약 209평), 대지면적은 7284㎡(약 2200평)에 달하는 이 저택의 가격은 235만달러(약 25억8500만원). 불과 지난해 2월 160만달러(약 17억6000만원)에 팔린 매물이다. 1년여 만에 47%나 올린 호가가 통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알파인 일대 건평 500~800㎡에 방 5~8개로 구성된 다른 저택들도 시세가 300만~500만달러(약 33억~55억원)에 달한다. 방 2개를 갖춘 140~180㎡ 규모의 맨해튼 최고급 콘도(소유권 등기가 가능한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다. 맨해튼을 떠나 다리 하나만 건너면 쾌적한 자연환경에 3배 이상 넓은 집에 살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주택 매매 거래량 14년 만에 최고
물론 고급 저택이 아니어도 뉴욕 인근의 뉴저지 단독주택(방 3~4개)은 60만~150만달러에 구할 수 있다. 이런 주택은 지난 10여년간 큰 시세 변동이 없었고 매도인 호가(listing price)보다 할인된 가격에 최종 계약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다. 워낙 매물이 귀한데 수요가 몰리다 보니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됐고,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학군이 우수한 뉴저지 테너플라이, 크레스킬, 데마레스트, 클로스터 같은 지역에서는 적정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순식간에 매수 제안이 여러 건 들어와 바로 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매수에 나선 사람 중에 상당수는 한국계 교포, 한국 국적 거주자들이다.
이런 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속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집을 사무 공간처럼 써야 하고, 자녀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맨해튼 도심보다는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마침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크게 떨어진 것도 주택 수요를 촉발시키고 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며 모기지 금리는 1년 전에 비해 1%포인트 안팎 떨어졌다. 신용만 좋으면 연 2%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해져 임대로 살던 사람들까지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미국은 연간 보유세가 집값의 2% 안팎으로 높은 편이라 임대로 사는 것이 경제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기지를 상환하며 보유세를 부담해도 임대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미국의 주택 거래량(564만건)은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 매매가도 줄곧 오름세다. 지난해 12월에 팔린 주택(신축 제외) 중위 가격은 30만98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서 12.9% 올랐다. 지역마다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런 집값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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