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풀고 건전성 조여도, 저축銀 '시큰둥'(종합)
BIS비율 이미 높고, 규제 깐깐해 "큰 영향 없을 것"
업계 "적기에 규제완화 돼야"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숙원사항이던 인수합병(M&A) 규제를 풀어줬지만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M&A에 갖가지 조건이 붙어 메리트가 떨어지는 데다 이미 기준치를 웃도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유지 중인 업계에 완충자본제도 도입은 큰 영향이 없다는 목소리다.
제한적 M&A 허용에 업계 '시큰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2021년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합병 전·후 BIS비율 기준을 준수하고 3년간 제재받은 사실이 없는 업체만 저축은행 간 M&A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M&A는 그간 업계 숙원사항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국의 목표처럼 ‘자율적 구조조정과 자금중개기능의 효율화’가 달성될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비(非)서울지역 저축은행 간 M&A만 가능해 대형 저축은행의 참여가 어렵고, 영업구역은 최대 2개까지 확대하는 제한적인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도 금지돼있는데 이를 완화하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피인수은행의 지역에 의무적으로 총여신의 40%, 해당지역 수신의 90%를 여신으로 공급하게 한 것도 걸림돌로 꼽혔다. 지방으로 갈수록 자금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자칫 합병이 대출규모를 늘리기 어렵게 막는 단초가 될 거란 우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교통정리를 통해 자금중개가 효율적인 구조로 바뀌려면 인적·물적 자원이 있는 곳에 여신액을 늘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지역금융 위축을 막는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도 이해는 가지만 지금의 인수합병 제도로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BIS비율 높고·이미 규제 깐깐…"큰 영향 없다"
규제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별 영향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이 기존 BIS비율보다 2%포인트 높은 수준의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는 완충자본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저축은행은 자산이 1조원 이상이면 BIS비율을 8%로, 1조원 미만인 업체는 7%를 넘겨야 한다. 이번 제도로 저축은행 업계는 최소 9~10%의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업계는 BIS비율이 기준치의 2배에 달하는 자본금을 쌓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 기준 업권 전체의 BIS비율은 14.6%, 5대 저축은행(SBIㆍOKㆍ페퍼ㆍ한국투자ㆍ웰컴)이 13.54%다. 전체 79개사 중 자본 규모와 상관없이 BIS비율이 10% 아래인 곳은 1곳(9.9%)뿐이다.
대주주 수시 적격성 심사제도와 필요시 금융당국이 즉각 심사에 돌입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타 업권에는 이미 관련 제도가 있는 데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각종 고강도 규제를 받고 있어 체감상 큰 타격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펼치지 못한 사업들이 많다"면서 "그전에도 수시로 크고 작은 규제에 걸려왔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업계 "건전성 조여도 빠르고 과감한 규제완화 절실"
업계에서는 건전성 규제를 더 조이는 한이 있더라도 빠르고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 아래서 할 수 있는 업무가 지나치게 한정적이다 보니 디지털·비대면 혁신과 서비스 다양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왔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펼치지 못한 사업들이 많다”면서 “지점승인제도 업계 전반에 오프라인점포 축소 분위기가 돌던 지난해 11월에야 풀어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규제완화 속도가 더디면 업계에 긍정적인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합리적인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저축은행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하고, 대출금리 산정체계 모범규준에 대해서는 개정을 추진한다. 업무원가 등 대출금리를 결정짓는 원가요소를 뜯어보고 현행 산정체계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꾼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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