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핀테크 자회사 소유 가능해졌지만..'2년 간 0건'(종합)
보험사, M&A 등 투자에 소극적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해외 금융회사와 같은 사례를 국내에서도 육성하겠다."
국내 금융사들에 핀테크 출자가 허용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보험사들이 보유한 핀테크 자회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핀테크업체에 금융사의 투자를 유도, 핀테크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게 당국의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전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혁신적인 핀테크라고 하더라도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투자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소유하는 것을 허용한 보험업법 시행령은 2019년 7월 시행됐다. 보험업법에 따라 비금융회사 지분을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던 규제를 개선,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분 초과 소유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해외 금융사들이 다양한 핀테크업체를 인수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4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리치와 핀테크 기업인 콘텍스트릴리번트(Context Relevant)에 공동 투자했고 2015년에는 소셜미디어 업체 데이터마이너(Dataminr)에 투자했다. 이 업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중요 정보 및 동향을 제공하는 업체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지난해 9월 실시간 뱅킹시스템, 결제, 개인화 카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aaS 플랫폼 회사 트레저(Treezor)를 인수, 혁신적 결제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BBVA도 지난 2014년 비정형 데이터 분석업체 마디바(Madiva)를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 4월엔 사용자경험(UX) 및 디자인 업체 스프링 스튜디오(Spring Studio)를 인수했다.
그러나 핀테크 기업 지분을 보유한 보험사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이 직접 뛰어들지는 않지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보험사들이 핀테크 기업 육성에서부터 협업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핀테크업체 ‘투비콘’과 협업해 공동인증 절차만으로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이력을 확인·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디지털진단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룹 금융계열사들과는 삼성금융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016년부터 핀테크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63’을 운영, 핀테크 스타트업과 국내외 기업의 협력을 주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선보인 보험계약대출 스마트 출금 서비스에는 데이터전문기업 ‘쿠콘’의 핀테크 기술이 적용됐다. 보험계약대출 이용자가 실물 카드나 통장 없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출금할 수 있게 지원하는 서비스다.
DB손해보험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2019년부터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해상도 서울핀테크랩과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 지원 및 협력방안 모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위, 보험사 자회사 소유규제 정비 계획
보험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핀테크업체와의 협업이 중요하지만,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는 손을 놓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충분한 사업성이 보장됐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자회사 인수가 쉽지 않은데 누가 핀테크업체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겠느냐"며 "스타트업과 육성이나 협력에 적극적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투자하는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까지 보험사의 플랫폼, 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육성이 확대되도록 자회사 소유규제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제도개선을 통해서 금융사와 디지털 금융 간 합종연횡을 촉진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투자기회가 생기는 것은 환영하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핀테크와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강화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면서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모험적으로 핀테크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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