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두드리고·사진 불태우고..미얀마 군부 페북 차단

"시위 동력 무력화" 시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확산되고 있는 시위 진압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군부 사진을 불태우거나 쿠데타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드는 등 거리 시위의 모습이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시민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4일 미얀마 정보통신부는 "페이스북이 국가의 불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며 "7일 자정까지 페이스북을 차단할 것"이라고 공지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모니터링 기관 넷블록스는 미얀마 군부가 인터넷과 통신을 장악하면서 미얀마우정통신 등 국영통신사에서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의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는 인구 5400만명 가운데 절반인 2700만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어 페이스북이 시민 결집의 창구가 되는 것을 고 있다.

아웅 산 수치와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이 군부에게 구금되는 등 쿠데타가 발생한 1일부터 미얀마 시민들은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시위를 벌여왔다.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비폭력 항의로 쿠데타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온라인 시위 확산의 동력이 됐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20명의 시위대가 쿠데타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체포된 지도자들을 석방하라"라고 외쳤다.

미얀마 양곤의 한 건물에서는 주민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냄비를 숟가락으로 두드리며 반쿠데타 구호를 외쳤고,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이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민주화 10년 만에 발생한 쿠데타로 미얀마 밖에서도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태국 내 미얀마 이주자들은 주태국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냄비를 수저로 두드리거나 사진을 불태우는 등 쿠데타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세이브 미얀마',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미얀마를 위한 정의'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미얀마를 임시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게시글 등 콘텐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현재 일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대한 접속을 방해받고 있다는 것을 회사가 인지하고 있다"며 "미얀마 사람들이 가족, 친구와 소통하고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을 복원할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