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암""하이힐 트럼프"..美 하원의원 축출되나
"공화당내 트럼피즘의 향방을 두고 고심 깊어져"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큐어넌(QAnon) 등 극우 음모론을 옹호하며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위원회 퇴출 투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큐어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동조했던 음모론으로서 이른바 '트럼피즘' 현상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그의 지지세가 견고한 가운데 그의 유산인 트럼피즘 현상의 향방을 두고 공화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다음날 미국 하원에서 그린 의원의 위원회 자격 박탈과 관련, 투표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그를 축출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원 중 3분의2 이상이 찬성 표를 던져야 한다. 그린 의원은 현재 교육노동위원회와 예산위원회에 배정된 상태다.
앞서 그린 의원은 9/11 테러와 지난 2018년 발생한 파크랜드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라며 음모론에 동조하는 발언이 최근 언론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 지난해 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을 옹호하는 발언을 수차례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큐어넌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아동 인신매매를 일삼고 있으며 이른바 '딥스테이트'라는 비밀 조직이 미국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집단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일 성명에서 그린 의원의 음모론적 발언에 대해 "정신 나간 거짓말"이라면서 "공화당의 암"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멕카시 역시 그린 의원의 음모론 관련 과거 발언 등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며 "과거 그린 의원이 행한 발언들은 정치적 폭력을 조장하고 음모론을 설파해 우리 공화당의 기본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며 "이러한 발언들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린 의원의 위원회 자격 박탈 투표에 대해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횡포"라고 비판하며 그린 의원의 위원회 퇴출 문제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그린 의원의 위원회 퇴출을 위한 가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마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공화당내 그린 의원에 대한 퇴출 반대표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내다봤다.
아직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견고한 상황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그린 의원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면서 공화당이 난감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그린 의원을 옹호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도 섣불리 그에 대한 위원회 퇴출 투표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A타임스도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그린 의원에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그들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를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 자체가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공화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린 의원의 과거 발언이 폭로되면서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더 결집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틀란타저널은 "지난 몇 주간 그린 의원에 대한 지역구 후원금 모금액이 160만달러(약17억8500만원)에 달한다"며 "이는 지역구 공화당 유권자들이 그린 의원의 과거 발언을 비롯해 그의 정치적 이념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공화당의 고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산인 '트럼피즘' 현상에 대한 대응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주 상원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절차 투표에서 대다수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반대 표를 던졌다"며 "이는 공화당이 아직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방증한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전략가인 이반 시그프리드는 "그린 의원의 행언은 음모론과 포퓰리즘에 기대는 트럼피즘 현상의 일부분"이라며 "이 현상 자체가 공화당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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