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교육격차의 책임 소재

한진주 2021. 2.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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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교육격차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조사를 보면, 교사의 79%는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했다.

교육당국은 교실에서 교육격차를 줄이는 교사들의 노력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교사들이 책임을 느끼고 격차 해소 노력을 하도록 교사평가제도를 바꿔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당국과 학교와 교사들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책임의식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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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를 계기로 교육격차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조사를 보면, 교사의 79%는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했다. 그 이유로는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차이(64.9%)와 학부모의 학습보조 여부(13.9%) 등 대부분이 학생 능력과 가정 배경을 요인으로 꼽았다. 교사와 학생 소통의 한계(11.3%), 원격교육 콘텐츠 부족(1.4%) 등 교사 관련 요인은 12.7%에 불과했다.

이것이 교육의 실상이다. 교사들은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하지만, 그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기회균등과 제도의 공정성만 생각한다. 이만으로는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능력있는 학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학습을 잘 할 수 있고, 경제력 있는 부모는 사교육 등 다양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학습능력과 경제력은 교육격차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육격차의 원인이 학생과 학부모에 있다고 한다면 학교와 교사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지만, 책임있는 교사들이라면 교육격차의 원인을 소통 방법 미숙과 콘텐츠 부족이라고 적어도 50% 이상 응답했어야 했다.미국의 교육학자 댄 로티는 저서 ‘교직사회’에서 "교사들은 훌륭한 성과로부터 즐거움을 취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는 피하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몇몇 제자들의 화려한 성공 사례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도 대다수의 그렇지 못한 제자들의 실패를 외면하는 교사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시·도교육청이나 단위학교의 교육격차 해소 관련 사업비 지출 실적을 보면 황당하다. 교육격차 해소와 관련이 있는 시·도교육청의 세출과목은 ‘교수-학습지원’이라는 정책사업 속의 ‘학력신장’ 단위사업이다. ‘학력신장’ 사업의 2019년 지출액은 1392억원으로, 세출총액 80조4011억원의 0.17%에 불과했다. 교육격차 해소 관련 사업을 ‘교수-학습지원’ 정책사업으로 확대해도 그 지출액은 4조8716억원(6.06%)에 그친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학교회계에는 ‘교육격차해소’라는 단위사업이 있으나, 그 세부사업을 보면 학비, 급식비, 방과후학교활동비 등 각종 학생 지원비 밖에 없다. 교육기회를 균등 보장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있으나, 그 이상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2019년 공·사립 학교회계의 기본적·선택적 교육활동 지출액은 6조3633억원으로 세출총액(인건비 제외) 25조33억원의 25.45%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금액의 절반 이상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각종 수익자부담경비로 채워진다는 점을 상기하면 학교가 교육격차 해소, 나아가 교수-학습활동을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인의 능력이나 경제력에 따른 투입의 격차는 어쩔 수 없다해도 교사와 학교는 교육의 과정을 통해 결과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좀더 기울여야 한다. 교육당국은 교실에서 교육격차를 줄이는 교사들의 노력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교사들이 책임을 느끼고 격차 해소 노력을 하도록 교사평가제도를 바꿔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당국과 학교와 교사들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책임의식이 절실한 때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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