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령도시 이태원의 절규에..이낙연 '유구무언' 박영선 '눈물'
폐업·휴업 상가 즐비..건물 전체가 '텅텅' 비어
이낙연 "참담하다" 박영선 "정부가 보상해줘야"
"코로나로 산송장 세월이 1년째입니다. 아이를 출산한 아내와 직원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 가족들은 혹시라도 제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봐 눈치만 봅니다. 전화를 안 받으면 10통씩 와 있습니다. (…) 저희를 죽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라 대책 없는 집합금지입니다. 강제휴업을 시켰으면 숨 쉴 구멍은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울 용산구 이태원 상인들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와의 간담회에서 격정 토로를 쏟아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했지만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꼽혔던 이태원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방송인 홍석천씨, 가수 강원래씨도 이태원에서 각각 식당과 펍스타일 바를 운영해오다 매출 급감과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폐업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이 가장 극심한 곳이라 야당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 자주 찾았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이태원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대표도 이태원을 현장 방문했다.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가 간담회 장소로 지나가는 길목에는 관계자와 취재진을 제외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떨어진 간판이 나뒹굴고, 굳게 닫힌 가게 안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건물에는 '폐업' '휴업' '임대문의' 쪽지가 붙어 있었다. 유태혁 이태원상인연합회 위원장은 "건물의 전 층이 폐업인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상인들은 이 대표가 지나가는 길에 서서 '돈 버는 건 포기한 지 오래됐습니다. 나중에 장사할 수 있도록 버티게만 해주세요' '손실보상 소급적용 50%만이라도 해주세요' '마녀사냥당한 이태원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주세요' '거리두기와 보상정책은 함께 진행돼야 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무언 시위를 했다.
유태혁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태원은 5월 코로나 유행으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남은 건 폐업과 명도, 대출로 인한 빚더미뿐이다. 임대 기간이 만료된 업장은 그래도 폐업했지만, 남아있는 업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만료를 기다리고 있다"며 "방역과 보상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집합금지로 영업이 제한된 점포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소급적용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요식업 대표로 나온 박모 씨는 "이곳 작은 가게 월세가 1400만원이다. 저는 집합금지 업종은 아니지만 영업을 할수록 인건비 등 손해가 나서 영업을 못하고 있다"며 "영업을 안 하면 1400만원 월세만 내는데 영업을 하면 2500만원 적자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게를 지킬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해줘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현실성이 없어 회의적"이라며 "위로금 얼마 던져주는 것은 '곪아 터질 때까지 버티다가 이거 받고 나가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성토했다.
부동산 대표로 나선 배모 씨 역시 "계약서를 써 본 지가 너무 오래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태원 상가는 월세·인건비·재료비 등의 부담으로 극한의 상황이다. 보증금이라도 건지려고 가게를 내놓아도 대중의 외면을 받은 상권은 새 임차인을 찾을 수가 없다"며 "주택시장도 얼어붙었다. 이태원에 사는 것만으로도 회사와 학교에서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산송장으로 1년을 살았다'는 클럽 대표 노모 씨는 "모두가 겪는 코로나 시대라지만 왜 저만 100배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젊음이 있으니 파산할 수 있다지만 그것도 골든타임이 있을 때의 이야기"라며 "저도 대한민국의 아들인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두 눈을 감은 채 무거운 침묵을 지켰고, 박 예비후보는 눈물을 훔쳤다.
상인들의 고충을 청취한 이 대표는 수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피켓을 들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젊은 분들이더라. 청년답게 꿈을 갖고 시작했는데 대형 재난을 만나서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참담하다"며 "저를 포함한 정부 여당이 현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정책이 떠 있는 게 아닌지 반성한다. 진작 왔어야 하는데 늦게 왔구나 싶다"고 했다.
박 예비후보는 "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면 100프로 보상은 못 하더라도 일정 부분은 해줘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서울시가 반반씩 나눌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 예비후보는 "코로나가 끝난 뒤 이태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예전처럼 사람들이 북적일 수 있게 하는 일이 서울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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