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한 남는다"던 낙동강 살인, 21년 옥살이 억울함 풀었다
경찰에 고문당해 허위 자백으로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2명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살인사건 발생 31년 만이다. 최인철(60)·장동익(63)씨는 강도살인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뒤 모범수로 2013년에 석방됐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문관)는 4일 최씨와 장씨의 재심 청구 선고 재판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최씨의 공무원 사칭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 취지로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경찰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본다. 허위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피해자 진술과 나머지 증거는 피고인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피고인과 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오늘 재심 판결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 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범인을 붙잡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1년 10개월 후인 1991년 11월 장씨와 최씨는 다른 사건에 휘말려 부산 사하경찰서에서 조사받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증거는 자백이 유일했다. 두 사람은 경찰의 물고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법원은 1993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범수로 생활하다 2003년 특별 감형을 받고 복역한 지 21년만인 2013년 출소했다. 이들은 2016년 5월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이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끈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장씨는 “항소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종일 부산 백병원에 머물며 의료 진단서를 재발급받는 등 반박 증거를 찾기 위해 백 방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대선 전인 2016년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을 다룬 SBS 프로그램에 출연해 “35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5월 청구한 재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2019년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20년 1월 부산고법은 최씨와 장시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사람이 30여년 동안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사법부의 응답이 늦었다”며 “사법부의 일원으로 재심 청구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판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의 변호는 재심 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박준영 변호사 등 12명의 변호사가 맡았다. 12월 10일에는 결심 공판이 열렸다. 당시 검찰은 최씨와장씨에게‘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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