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수줍은 아이, 사회성

2021. 2. 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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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8살 남자 아이다.

어려서부터 아이의 소심한 특성을 알았던 부모는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조금 일찍 두 살 경에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이때도 심하게 울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지만 억지로 떼어 어린이집 보내기를 계속했다.

그렇다면 이럴 때 어떻게 대쳐해야 할까? 아이가 수줍어 한다고 해서 대신 대답해주거나 '얘는 원래 집밖에서는 말을 잘 안해요' '수줍음이 많아서 그래요' 라고 남들에게 변명해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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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조급한 문제해결 방식, 악화 시킬 수도


K는 8살 남자 아이다. 어려서도 예민하여 수줍음이 많아 집 밖에선 사람이 많은 곳에는 잘 가려고 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등에서 어른들을 만나도 인사를 할 줄 모르고 엄마, 아빠 뒤에 숨으려고만 하였다.

집밖에선 묻는 말에만 작은 소리로 대답을 할 뿐이고 말수도 적었다. 놀이터에 나가서 또래 아이들이 있어도 함께 다가가 놀지 못하고 쳐다 보고만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론 더욱 긴장하여 학교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발표를 전혀 못하고, 꼭 필요한 말만 하였다.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 지 집에서는 차츰 짜증이 심해지고 원하는 대로 안되면 부모에게 반항도 하였다.

부모가 노력을 안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나친 걱정으로 너무 조급하게 서둘렀던 게 문제였다. 어려서부터 아이의 소심한 특성을 알았던 부모는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조금 일찍 두 살 경에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은 돌 정도만 되어도 잘 적응하고,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돌 전에도 놀이방에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아 온 터라 노력하면 적응할 수 있겠지 하면서 모험을 해보았다.

하지만 K에게는 무리였다. 아이가 너무 심하게 보채고 울어 2달정도 시도하다가 포기하였다. 이후 K는 어린이집 근처를 다니지 못하고 노란 버스만 봐도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러다가 만3세가 넘어가면서 다시 어린이집 보내기를 시도하였다. 아이는 이때도 심하게 울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지만 억지로 떼어 어린이집 보내기를 계속했다.

사회성을 키워주려는 부모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의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두려움, 공포와 함께 했다. 어린이집에서 또래를 만났을 때의 즐거움보다 부모를 떨어졌던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이런 불안감은 외부의 사람을 만날 때도 일반화되어 나타났다.

K는 집밖에서 사람을 만났을 때도 두려운 감정이 조건적 반응이 되었던 거다. 동네 어른을 만나 인사도 못하고 대답도 못하는 아이가 민망하고 창피하게 느껴진 부모는 ‘인사해야지’ 하며 강요하고,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대신해서 대답을 해 버리곤 했다. 부모의 이런 행동은 부담감과 핀잔 같이 느껴진 K는 자신에 대해서도 수치심을 느꼈을 거다.

그렇다면 이럴 때 어떻게 대쳐해야 할까? 아이가 수줍어 한다고 해서 대신 대답해주거나 ‘얘는 원래 집밖에서는 말을 잘 안해요’ ‘수줍음이 많아서 그래요’ 라고 남들에게 변명해주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남 앞에서 아이의 모습을 그렇게 규정지워 버리면 아이는 말을 하려고 했다가도, 자기 모습이 아닌 것 같아 입을 닫아버릴 수 있다. 수줍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관찰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도 소극적이다. 그보다는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게 처음엔 누구나 쑥스럽고, 수줍어서 용기가 필요한 거야. 엄마도 그랬단다. 하지만 시작해 보면 점점 쉬워져” 라며 아이의 감정이 당연히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수인해 준다면 아이가 느끼는 부끄러움이나 불안한 마음이 다소 덜해졌을 거다.

놀이터에서 낯선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무조건 같이 들어가 놀라고 밀어 넣기보다는 천천히 탐색하고, 분위기를 파악한 후 접근해 볼 수 있도록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게 좋다.

수줍은 아이들은 신중한 장점도 같이 가지고 있고 민감하게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도 헤아릴 수 있어 눈치있게 해낼 수도 있다. 긍정적 경험이 쌓이면서 사회적인 불안감이 줄어들 수 있다. 부모의 조급한 문제해결 방식이 수줍음을 악화 시킬 수 있다. 아이의 속도와 리듬을 파악하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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