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반도체 공급 차질로 부평2공장 절반만 가동한다

김영주 2021. 2. 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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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로 인한 차량 생산 차질이 현실화했다. 한국GM이 국내 업체 중에는 처음으로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일부 공장 가동을 줄일 방침을 밝히면서 생산 차질은 물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와이어링하니스(자동차 배선 뭉치) 공급 부족으로 감산·가동중단 사태를 겪은 바 있다.

한국GM은 4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부평 2공장을 8일부터 절반만 가동한다"며 "부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수급 방안을 찾아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평 2공장은 북미 수출용 트랙스·말리부를 하루 2교대로 통해 약 480대를 생산한다. 공장을 절반만 가동한다면 생산 감소분은 한 달 기준 약 5000대가 된다. 이는 당장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GM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국내 완성차업계의 감산 결정은 예견된 일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망이 한 덩어리로 엮여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은 유럽·미국·일본 등 4~5개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가 독과점하고 있으며, 실제 생산은 대만 TSMC 등 일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가 도맡아 하는 구조다.

파운드리 업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생산이 줄어들자 이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가전용 반도체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19 회복세 이후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늘어난 데다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 수요가 폭등해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현대차·기아 등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비해 공급망을 관리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다만 "당장 감산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실적발표에서 정성국 기아 IR 담당 상무는 "자동차업계 전체가 빠듯한 서플라이(공급) 상황에 직면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재고 확충과 대체 사양을 찾는 등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 3~6개월은 아니지만, 당장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로 국내·해외 공장이 '셧다운(공장 가동 중단)' 하자 전체적으로 부품 공급망을 점검했다"며 "다른 완성차업체보단 보다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완성차업체는 직접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제어장치(ECU) 등을 현대모비스·콘티넨탈 등 부품 협력사로부터 공급받는 형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적으로 부품 공급망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며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상반기까지는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모두 공급 차질을 빚고 있어서 현대차·기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증산 결정에서 실제 생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TSMC는 지금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 MCU(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시스템반도체)의 70%를 제조해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1분기 67만대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며 "중국이 25만대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필 암스루드 IHS마킷 수석 분석가는 "이는 수급 균형을 맞추는 MCU 리드 타임이 26주 이상이어서 공급망 제약은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GM 본사는 3일(현지 시각)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 지역 3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폴크스바겐을 포함해 포드· 스바루·도요타·닛산·미쓰비시·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이미 감산을 결정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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