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구한다" PD인척 여대생에 무차별 만남 요구..성범죄 우려

방송국 PD 사칭 피해 대학생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지상파 방송 PD 사칭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제보를 받는다는 내용의 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대학가에 이른바 '방송국 PD 사칭 남성 주의보'가 내려졌다.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이 PD라며 여대생을 만나고 다니는 등 성범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 같은 사실을 공론화하고 직접 대응에 나섰다.

2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연세대 페이지에는 '방송국 PD 사칭 피해 사례를 수합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방송국 PD 사칭 피해 대학생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방송국 PD를 사칭해 대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칭 사기법'이 있다"라며 "피해 사례가 더 있음을 예상해 피해 사실을 모아 경찰에 제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범인을 잡으면 좋겠으나, 일차적인 목적은 방송 직을 꿈꾸는 많은 대학교 학우분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여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피해자들의 많은 제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A씨는 코로나19 관련 공익광고 촬영을 위해 여대생 6명이 필요하다며 방송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접근해 만남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받아본 결과 A씨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A씨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서강대·성신여대 등의 언론 관련 전공자들에게 연락했으며 피해자는 최소 1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온라인상에 공개된 학생회 관계자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하거나 공중전화를 사용해 학교 교무처에서 전화한 것처럼 속여 학생들에게 직접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조연출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남성이 A씨와 학생들 간 연락을 중개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A씨를 카페 등에서 만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다른 요구나 접촉 없이 방송 관련 이야기만 했다고 전해진다.

A씨의 행적은 학생들이 우연히 공유하게 되면서 밝혀졌다. 같은 내용의 연락을 받은 점을 수상히 여긴 학생들은 A씨가 사칭하는 PD와 교무처 등에 직접 문의한 결과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대책위는 학생들에게 이런 피해 사실을 알려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예방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