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님의 사과를.." 폭언 피해 배달원 발언에 쏟아진 '찬사'
서울 동작구의 한 영어학원 관계자가 배달 노동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음성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 배달 노동자와 배달업체 측은 당사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할 뿐 학원에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배달 노동자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가해자에게 ‘가해자님’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많은 네티즌은 “가해자까지 존중했다”며 감탄했다. “못 배워서 배달하는 거다”라는 가해자의 막말과는 달리 ‘잘 배운 인성 갑 배달 노동자’라는 찬사도 이어졌다.
논란은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로 시작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 대학’에는 자신을 배달 대행 업체 사장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소속) 배달원 중 한 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억울해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업체 사장은 “(해당 배달원이) 2월 1일 한 학원으로 배달을 갔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음식을 주문했다. ‘바쁘니까 아래 내려가서 기다리면 계산하러 내려가겠다’는 말에 배달원은 1층 밖에서 5~10분을 기다렸고, 그 사이 다른 오더를 배정받아 시간이 촉박해 다시 학원으로 올라갔다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학원 선생님이 ‘애들 가르치고 있고, 지금 바쁘니까 그냥 기다리라’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배달원이) ‘나도 바쁘다’며 일단 계산부터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며 “여러 가지 핑계로 계산이 늦어지다 결국 결제를 받고 다른 오더를 처리하는 와중에 (학원 강사로부터 배달원이)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전했다.
업체 사장은 배달원이 들어야 했던 19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 파일 속엔 학원 관계자로 추정되는 주문 고객이 학벌, 재력 등을 언급하며 해당 배달원과 배달업 종사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주문 고객은 “공부를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다. 중졸, 고졸 다 받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배달 대행업체 측은 “말씀을 왜 그렇게 하냐”고 반문했고 주문 고객은 재차 “본인들이 공부 잘하고,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하겠냐”고 맞받아쳤다.
고객은 심지어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심도 했다. “그 기사가 코로나를 걸려서 왔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남한테 사기 치면서 그렇게 삼천원 벌어가면 부자된대” “기사들이 뭔 고생을 하냐. 그냥 오토바이 타고 부릉부릉하면서 놀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니잖냐” “내가 일주일에 버는 게 천만원이다” 등의 폭언을 이어갔다. 듣다 못한 배달 대행업체 측이 “일주일에 천만원 버시는 분이 그 삼천원이 그렇게 부당하냐”고 되물었고 주문 고객은 “거지 같아서 그런다”고 답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어학원 본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페이지엔 “해당 사건은 동작캠퍼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 도우미로 확인됐다”며 “해당 직원은 1개월 정도 셔틀 도우미로 근무했고 지난 1일 마지막 근무 후 2일 퇴사했다. 퇴사하면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본사와 해당 가맹점 모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 사안에 대해 동작캠퍼스 대표에게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한 어학원은 “그동안 15년 이상 가맹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와 같은 사례가 전무했기에 본사 및 모든 가맹점 직원 전체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폭언을 한 손님의 진심 어린 사과”라며 “학원을 향한 별점 테러와 악의적인 비난을 멈춰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작캠퍼스 대표도 KBS를 통해 “수업이 다 중지됐고, 1년 동안 코로나로 겪은 학원 운영난에 벌어진 너무나 큰 피해라…”고 말하며 난처해했다.
피해 배달 노동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폭언 피해 당사지인 김모씨는 KBS에 “저희는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라 가해자님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말을 조금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원에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가해 당사자는 피해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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