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폐기 안했는데, 산업부 문건엔 "백지화"..이랬던 탈원전

김남준 2021. 2. 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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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무시 탈원전 정책의 민낯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및 검찰수사, 북한 원전 지원 논란 등 최근 탈원전 정책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전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이 밀어붙이기식 정부 정책추진의 부작용이라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원전 및 에너지 정책 전반의 방향과 속도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리수’ 탈원전 정책 민낯은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에서도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향 문건'에 담긴 신한울 3·4호기 활용방안. 산업부는 해당 문건이 ″아이디어 차원서 내부에서 만들어 종결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에서 3안으로 제시한 북한 전력지원 방안을 살펴보면 “백지화된 신한울 3·4를 건설하되, 동해안 지역에서 북한과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비록 내부문서에 불과해도 적어도 산업부에서는 이미 해당 사업이 “백지화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비록 산업부가 지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했지만, 신한울 3˙4호기를 아직 발전사업 허가도 취소하지 않은 ‘진행형’ 사업이다. 특히 부지매입과 주기기 사전제작 등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 관련 업계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 만약 백지화를 한다고 하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실제 취소에 따른 배상과 법적 책임을 우려한 한국수력원자력은 오는 27일에 끝나는 발전사업허가를 최근 산업부에 연장 요청까지 했다.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 울진=김정석 기자


그런데 정작 산업부는 해당 사업이 “백지화됐다”며 대북 경협 사업에 재활용하는 엉뚱한 아이디어까지 낸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취소를 하려면 정당한 관련 근거를 갖추고, 피해보상을 한 다음에 한수원 이사회 등 절차를 밟아 해야 한다”면서 “오로지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해 놓고 한수원 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도 전에 “월성 1호기 즉시 폐쇄”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절차 무시 탈원전 정책은 감사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당시 담당과장이었던 A 국장에게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A 국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 전까지는 가동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이를 크게 질책하면서, 사실상 폐쇄를 명령한 것이다. 정작 조기폐쇄에 가장 중요한 권한이 있는 한수원 이사회는 아직 열리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산업부는 다음날 한수원 관계자들을 불러 “즉시 가동 중단하는 방안으로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통보하며 이에 맞춰 경제성 평가 축소 등을 진행했다.


“탄소 중립·미래 산업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과 불안한 전력수급 문제를 솔직하게 밝히고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 중립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도 고려해 원전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갈지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전기차 도입 등 기술발전과 탄소 중립으로 미래에는 지금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전력수요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24시간 탄소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한 원전을 빼고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고 하면 그건 정책이 아니라 그냥 선언에 불과하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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