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도 매달 30만원 타는 기초연금, 월남참전용사는 0원

이가람 2021. 2.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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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기초연금을 포함해 매달 120만원가량의 복지급여를 받는 사실에 누구보다도 충격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6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의 국가유공자 중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것에 대한 예우가 범죄자만도 못한 현실”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조두순 30만원, 월남참전용사는 ‘0원’

6.25전쟁 70주년을 맞은 지난해 6월 25일 저녁 경기도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유가족들이 조국에 귀환한 147구의 호국영령에게 헌화·분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월남전참전용사 전모(71)씨는 월남전에 참전해 한쪽 청력을 잃었다. 여러 전투 속에서 겨우 목숨을 건져 고국 땅을 밟은 전씨는 상이군경 2급을 판정받았다. 그러나 전씨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국가보훈처로부터 보훈급여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상이군경의 보상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얻게 된 불구의 장애에 대한 보상금이다”며 “이러한 상이보상금을 개인의 소득으로 잡아 기초연금을 주지 않는 것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대우라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두순이 매달 30만원씩 받는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할 경우 주어진다. 2021년 기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월 소득인정액은 1인 가구의 경우 169만원 이하, 부부 가구는 270만원 이하이다. 별다른 수입과 보유한 주택 자산이 없는 조두순 부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당연히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 안산시의 설명이다.


기초연금 형평성 문제에 반발
국가유공자는 공적 또는 부상 정도에 따라 보훈급여금으로 최소 34만원에서 최대 850만원까지 차등 지급(2021년 기준) 받는다. 그러나 보훈급여금이 기초연금 지급 여부를 좌우하는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보훈급여와 기초연금의 중복수령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공적이 크거나 부상의 정도가 심해 보훈급여금이 많다면 그만큼 소득인정액이 높아져 기초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상이군경 등급이 낮은 유공자들 중엔 조두순보다 더 적은 액수의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전북 완주에서 부인과 함께 사는 국가유공자 최정호(78)씨는 상이군경 6급에 해당해 매달 175만여원의 보훈급여금을 받고 있다. 올해 최씨가 받는 기초연금은 24만원으로, 조두순보다 6만원이 더 적다. 소득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이 높을 경우 기초연금을 일부 감액해서 지급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국가를 위해 앞장서서 희생한 이들이 범죄자도 받는 기초연금을 온전히 못 받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국가유공자의 권리와 명예 침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9월 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국가보훈처는 ‘보훈급여금의 선택적 포기 제도’를 도입해 국가유공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했다. 국가유공자 중 일부가 상대적으로 많은 보훈급여금으로 인해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의료급여나 지자체의 각종 지원정책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보훈급여금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가유공자를사랑하는모임의 노용환 대표는 “국가보훈처는 보훈급여금에 대한 소득인정 제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은 안 하고 국가유공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예우의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복지시혜를 받기 위해 국가유공자의 보훈급여를 포기하라는 것은 결국 유공자의 권리와 명예를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국가유공자 권리 침해 아냐”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국가유공자의 보훈급여금을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국가유공자들이 보훈급여로 인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려는 보훈급여의 도입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측은 “헌법재판소는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에 보상금을 포함한 건 국가유공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생활이 곤란한 유공자에게 지급하거나 명예를 기리기 위해 필요한 수당 등은 이미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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