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전문건 삭제' 산업부 과장, 장관보좌관으로 승진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및 자료삭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A과장이 기소 20여일 뒤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 과장(2017~2019년)이었던 A씨는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는데 개입하고, 이후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산업부 소속 문모 산업정책관, 김모 서기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초 제출받은 이들 세 명의 현 업무 현황 관련 자료에서 산업부는 “두 사람(문·김)은 구속기소됐다. 다만 불구속기소된 A씨는 국장 직위로 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에너지혁신정책과장으로 이동한 A씨는 1년 뒤 제품안전정책국장으로 진급했다. 당시는 산업부에 대한 감사원 보완 감사가 한창이던 때였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 “이메일, 휴대전화 등에 있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 주중에는 사람이 있으니 주말에 정리하라”고 김 서기관에게 지시하는 등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23일 A씨 등 세 명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구속된 나머지 2명과 달리 A씨는 법원이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해 불구속기소됐다.
조 의원이 이들의 징계 여부를 추가 확인한 결과, A씨는 징계 없이 기소 20여일 만인 지난 1월 15일 산업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이동했다. 장관의 지근거리에서 주요 정책을 연구·기획하는 자리다.
조 의원은 “감사를 받던 중 국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모자라 기소 뒤에도 징계는 커녕 장관의 정책보좌관에 앉혔다”며 “이는 국가공무원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입막음식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에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A씨의 국장 진급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뤄졌으며, 장관 정책 보좌관으로 간 것도 재판 준비로 현업에 종사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 인사 조치라고 해명했다. 징계 여부는 검찰 최종 수사결과 및 재판 과정 등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A씨 외에도 사건 이후의 자리 이동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여럿 있다.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됐고, 전영택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은 인천연료전지 사장으로 갔다. 2018년 4월 청와대 내부 보고망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있었다”는 글을 올렸던 문미옥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지난달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에 발탁됐다.
◇野, 국정조사 요구=기소된 A씨 등의 자료 삭제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검찰 공소장)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국형 원전 관련 산업부 기밀자료가 북한에 넘어가지 않았는지, 여당이 감출 것이 아니라 앞장서서 국조를 요구하고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원전 건설 문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현일훈·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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