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예술의전당'의 이름값

2021. 2. 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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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새롭게 문을 여는 공연장의 이름이 '세종예술의전당'으로 정해졌다.

오는 5월 준공 후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개관하는 세종예술의전당은 그동안 가칭 세종아트센터로 불렸다.

그러다 지난 1월 시민 공모, 전문가 심사,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합산해 세종예술의전당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래서 2005년 성남시에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는 당초 성남문화예술의전당으로 출발했다가 소송 여파로 몇 달 만에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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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세종시에 새롭게 문을 여는 공연장의 이름이 ‘세종예술의전당’으로 정해졌다. 오는 5월 준공 후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개관하는 세종예술의전당은 그동안 가칭 세종아트센터로 불렸다. 그러다 지난 1월 시민 공모, 전문가 심사,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합산해 세종예술의전당으로 최종 결정됐다. 다만 영어명은 가칭과 같은 세종아트센터(Sejong Art Center)다.

세종예술의전당을 보며 한국에서 ‘예술의전당’이란 이름이 축적한 권위와 아우라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국내 공연장에 그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서울에 있는 예술의전당부터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유치한 전두환 정권은 외국에 내세울 만한 문화시설로 예술의전당 건립에 나섰다. 1983년 1월 한국 최초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공식 발표했을 때는 ‘가칭’이 붙었지만 얼마 뒤 그 꼬리표를 뗐다.

요즘에야 대형 시설을 건립할 때 시민 대상으로 명칭 공모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저 전례가 없던 초대형 프로젝트인 데다 국내 예술 활동의 총본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높고 크게 지은 화려한 집’과 ‘권위 있는 기관’을 뜻하는 ‘전당’이란 용어와 ‘예술’이 합쳐진 예술의전당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다만 영어명은 서울이란 지역명을 넣어 서울아트센터(Seoul Art Center)가 됐다.

88년 음악당이 처음 문을 연 후 93년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서 본격 출발한 예술의전당은 바로 한국 공연계의 독보적 존재가 됐다. 한국에서 극장 경영, 예술 경영의 역사는 예술의전당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영향으로 1990~2000년대 전국 지자체에 설립된 공공극장 상당수가 당시 공연계를 선도하는 예술의전당을 본떠 이름을 지었다. 그 이전엔 세종문화회관, 문예회관 등 ○○회관이란 이름이 많았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예술의전당’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연장들이 잇따라 들어서자 “상표권을 침해해 업무상 혼란을 초래했다”며 대전 등 3개 지자체를 상대로 2004년 손해배상 및 상표권 사용 금지 소송을, 2005년 등록무효 소송을 냈다. 지루한 공방과 엎치락뒤치락 판결 끝에 2009년 대법원은 지자체들이 세운 공연장에 ‘예술의전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명칭의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소송 초기엔 서울 예술의전당이 1심에서 승소하는 등 유리해 보였다. 그래서 2005년 성남시에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는 당초 성남문화예술의전당으로 출발했다가 소송 여파로 몇 달 만에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건립된 지역 공연장은 처음부터 ‘아트센터’의 명칭을 내건 곳이 꽤 많은데, 2000년 개관해 돌풍을 일으킨 LG아트센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화 시대에 맞게 영어 명칭과 한국 명칭을 일치시키는 장점이 부각된 것도 그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이후에도 지자체가 설립한 공연장 이름에 ‘예술의전당’이 붙는 사례가 계속 나온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2000년대 후반부터 예전의 위상을 잃어버리고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대중은 여전히 그 이름에서 아우라를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핵심은 이름이 아니라 이름값에 맞는 운영이다. 공연장은 하드웨어인 건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는 건물만 번듯하게 지어놓고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공연장이 너무 많다. 세종예술의전당은 행정수도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공공극장답게 그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만간 설득력 있는 공연장 운영 방향과 연간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가 나와야 할 것이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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