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서민이 더 힘든 '착한 정책'의 역설

손해용 2021. 2. 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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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사회적 약자 보호와 양극화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한데 이 문제에 대해선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미친 집값’이 ‘벼락 거지’를 양산했다. 자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해 0.602로 2017년(0.584)부터 계속 상승세다. ‘순자산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99.65배에서 166.64배로 크게 뛰었다. 이들 지표는 수치가 클수록 자산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유-무주택자의 자산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자산 가격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고가-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도 역대 최대(KB국민은행 자료)로 벌어졌으니 말 다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서민을 상대적으로 더 가난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다.

늘어나는사회빈곤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뿐이 아니다. 2년마다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서민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겠다며 지난해 계약 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외려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르고, 전·월세는 급등해 애먼 무주택 서민들만 힘들어졌다. 투기꾼 잡겠다며 금융·세제 등 규제를 강화했는데, 집값 폭등으로 이들의 자산가치만 상승시켰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비슷하다. 영세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는 인건비 급증에 따른 폐업, 알바와 저임 계약직에겐 실직의 고통을 안겼다. 최저임금이 16.4% 오른 2018년 처음으로 최저임금 적용을 받은 근로자 중 약 30%가 1년도 안 돼 일자리를 잃었다는 분석(한국경제연구원)도 있다. 과잉 노동을 막기 위해 도입한 주 52시간제가 이를 더 부추겼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돈을 더 받는가 싶었는데, 되려 근무시간이 줄어 손에 쥐는 돈은 줄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합한 사회빈곤층은 지난해 11월 현재 272만명에 달한다.(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6개월 동안 55만 명 이상 불어났는데, 박근혜 정부(21만명)의 두배를 훌쩍 넘는다. 코로나19 요인을 빼더라도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빈곤층은 27만명 늘어 박 정부를 웃돈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 정부’를 표방하며 이들의 고통을 줄일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은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과가 나쁘면 의미가 없다. 지금처럼 ‘선한 동기’가 현실에서는 ‘나쁜 결과’로 나타나고, 정책 수혜자마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궤도를 수정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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