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진화, 1등급 비율 30년새 7배로

조현숙 2021. 2. 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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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서 2019년 79%로
중량 700kg 돌파, 50년새 두배

지난해 한우 한 마리의 평균 중량이 700㎏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50여 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무게가 늘었다. 높아가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꾸준히 한우를 개량한 결과다.

3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도축된 한우의 마리당 평균 생체 중량이 702.5㎏을 기록했다. 2019년 평균 중량(693.8㎏)을 뛰어넘어 700㎏대로 올라섰다. 1974년만 해도 평균 358.8㎏에 불과했다. 50년 사이 한우의 무게가 대형 멧돼지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경차 한 대에 맞먹게 불어났다.

한우이렇게달라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량보다 더 큰 변화가 있다. 1등급 이상 한우의 비율이다. 육질에 따라 한우를 등급별로 구분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들어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한우 수요가 늘고, 맛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도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육질이 1등급 이상(1++등급, 1+등급 포함)인 한우 비중이 2019년 79.3%로 올라섰다. 93년 1등급 출현율(10.7%)과 비교하면 7배 넘게 증가했다.

90년대만 해도 1등급 이상 한우는 10마리 가운데 1마리 정도로 ‘귀한 몸’이었다.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상황은 역전했다. 이제 2등급 아래 한우를 찾기 어려워졌다. 거세우로만 한정하면 2019년 1등급 출현율은 88.8%까지 치솟는다. 10마리 중 1등급 미만이 2마리도 채 안 된다는 얘기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변화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압축된 진화’라고 부른다. 출발은 69년 열린 ‘제1회 한우 챔피언 대회’다. 가장 우수한 씨수소를 선발하는 대회가 처음 열렸다. 유전 기술을 활용한 한우 개량이 본격화 한 건 80년대 들어서다. 고기용 한우를 키워내기 위해 최고급 씨수소, 암소를 선발하고 한우 농가에 보급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유전체 유전 능력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량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한국 고유의 품종을 지켜내기 위한 흑우·칡소 등 재래종 유전자원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최신 유전 분석 기술 역시 바로바로 현장에 적용되는 중이다. 암소 유전 능력 예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농촌진흥청은 농협경제지주와 함께 암소 유전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암송아지의 털(모근)만 있으면 어떤 체급의 소로 자라날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암송아지를 고기소로 아니면 번식소로 키워낼지를 훨씬 빨리 판단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한우 육종농가 등 전국 50여 개 농가 6000여 마리 암송아지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도 마쳤다. 농촌진흥청은 예측 정확도를 20%포인트 정도 높여 연 1130억원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한우는 한반도에서 독자적으로 키워온 자랑스러운 우리 품종”이라며 “소띠 해를 맞아 한우가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고 한우 산업도 한 단계 도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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