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애플의 미래는 팀 쿡"..후임 칭찬하며 떠난 CEO들
후계자 신뢰, 임직원들에 공 돌려
딱딱한 ‘사퇴의 변(辯)’ 대신 임직원에게 보내는 격의 없는 e메일로 사퇴의 뜻을 전하는 건 미국 재계의 전통이다. 베이조스뿐 아니라 애플의 스티브 잡스(1955~2011),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역시 e메일로 CEO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마존·애플 등 빅테크 기업 리더들의 퇴임사엔 공통점이 있다. 단순하고, 임직원에게 공을 돌리며, 후계자를 치켜세운다.
단순함이 강점인 잡스는 사퇴 e메일도 800자로, 베이조스(3596자)나 페이지·브린(2224자)보다 짧다. 하지만 핵심을 담았다. 끝엔 성이 아닌 이름만 적는다. 친근함을 드러내는 장치다.
후계자에 대한 신뢰는 기본이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후임인 앤디 재시를 소개하면서 “나와 비슷한 기간 아마존에서 일했다”며 “뛰어난 리더가 될 것이고 나는 그를 전폭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자신의 후임 팀 쿡을 거론하며 “애플의 가장 밝고, 가장 혁신적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페이지와 브린도 후임 순다르 피차이에 대해 “구글의 미래를 이끌기에 더 훌륭한 사람은 없다”고 썼다.
베이조스는 e메일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가 때마다 보낸 ‘리뷰 e메일’만 모아 그의 경영 철학을 분석한 책 『베이조스의 레터』도 나와 있다. 저자인 스티브 앤더슨은 “아마존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낸 혁신의 기술이 그의 e메일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알려주는 ‘그레이트 샘플 레주메’ 웹사이트엔 ‘CEO 사퇴 e메일 쓰는 법’ 코너도 있다. 이 코너엔 “사퇴 이유가 뭐가 됐건 화를 내거나 서운함을 드러내면 안 된다. 임직원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될 것을 고려하고 사려 깊게 써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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