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골든글로브 벽 못넘었다..'미나리' 외국어영화상 후보
재미교포 2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가족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발표한 제78회 골든글로브 영화상 후보 발표에서다.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쳐졌던 ‘미나리’ 윤여정의 후보 지명은 불발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 수상을 가늠하는 전초전으로 꼽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해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ㆍ감독상ㆍ각본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28일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비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버닝’ ‘옥자’ 등에 출연했던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과 제작을 겸한 ‘미나리’는 아칸소 시골에 농장을 일구려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 첫 상영 후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20 올해의 영화 톱10’에 꼽혔고, 선댄스 심사위원대상ㆍ관객상,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ㆍ각본상, 노스캐롤라이나 비평가협회 작품상·여우조연상·각본상 등 3일까지 미국 내 영화상 59개를 수상했다. 이 중 20개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이다. 윤여정은 여기에 더해 출연배우 전원이 받은 미들버그영화제와 뉴멕시코비평가협회의 연기앙상블상 2개도 받았다.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미국으로 이민간 딸(한예리)의 가족을 찾아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미나리’에서 사랑스러운 할머니 역을 맡은 윤여정이 비평가들의 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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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불발 여우조연상 후보 백인 일색
그러나 이런 호응에도 ‘미나리’는 골든글로브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아왔다. 윤여정의 후보 지목이 기대됐던 여우조연상 부문은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가 최초로 수상한 후 63년간 아시아계 수상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아시아계 후보 지명도 미요시를 비롯해 ‘모래와 안개의 집’의 이란계 미국 배우 아그다슐루 쇼레, ‘바벨’의 일본 배우 키쿠치 린코까지 골든글로브 78년 역사상 단 3명뿐이다. 올해도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역시 넷플릭스 영화인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리타니안’의 조디 포스터 등 백인 배우가 후보 명단을 채웠다.
외국어영화상은 ‘미나리’가 후보에 오르지 않으면 이변일 뻔했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출품돼 심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지난해 12월 23일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하고 아시아계 미국인이 감독을 맡은 미국 영화인데도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영화로 규정하는 골든글로브 기준에 따라 외국어영화로 분류된 것이다. 당시 영화 ‘페어웰’의 룰루 왕 감독 등 영화인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워싱턴포스트 등도 비판 칼럼을 실었지만 주최 측은 별달리 대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후보 발표는 할리우드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와 타라지 P 헨슨이 맡았다. 올해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 공로상인 세실 B 드밀상은 배우 제인 폰다가 받게 됐다.
영화 부문 최다 후보작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맹크’로 드라마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감독상‧각본상‧음악상에 호명됐다. 코로나19로 극장문이 닫힌 지난해 꾸준히 신작을 낸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영화가 총 22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다 후보를 낸 영화사가 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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