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검언유착' 보도전..최강욱·황희석, 이동재 편지 검토

제보자X가 지난 3월 공유한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왼쪽)와 황희석 최고위원 사진[페이스북]

지난해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이동재 전 채널A기자의 편지 등 관련 자료를 함께 검토했다는 정황이 검찰 불기소 결정서에 담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지난달 26일 이 전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황 전 국장과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했다. 최강욱 대표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위 글을 올려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3일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 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한마디만 해라’는 등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다. 황 전 국장과 지모씨는 이 게시글 작성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검찰 조사에서 황 전 국장과 지씨는 페이스북 게시글 작성 공모를 부인하면서 2020년 3월 26일 서로 처음 만나 이 전 기자의 취재 활동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지씨는 다음 날인 3월 27일 황 전 국장에게 이 전 기자의 편지와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황 전 국장은 지씨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뒤 MBC가 ‘검언유착’ 보도를 하기 전 최 대표와 이 자료를 함께 검토한 사실이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채널A사건이 처음 알려지기 전에 황 전 국장과 최 대표가 사건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 불기소 결정서에 담긴 것이다.

앞서 황 전 국장은 3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는 글을 올렸다. 지씨는 같은 날 30여분쯤 뒤에 황 전 국장의 글을 공유하며 “부셔봅시다 윤** 개검들!!”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지씨는 MBC보도 하루 전인 30일에는 “꿈에 내일 MBC 뉴스데스크 보라는 신의 메시지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일련의 게시글을 볼 때 “피의자들이 처음 만났다고 주장하는 날 이전부터 이 전 기자의 취재 활동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황 전 국장과 최 대표가 사전에 페이스북 게시글 작성에 대해 상의했다거나 황 전 국장 등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최 대표가 '지씨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진술하는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은 황 전 국장과 지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