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삼성'을 아시나요? 농기계전문기업 대동, 매출 1조 비결은
‘대동’이라는 기업, 들어보셨는지.
도시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농업 종사자에게 대동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동은 농기계 제조 전문 기업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점유율 압도적 1위로 ‘농촌의 삼성’ ‘경운기 업계의 현대’라고도 불린다.
생산인구 감소로 계속 쪼그라드는 농업 시장과 달리 대동은 승승장구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전망도 밝다. 농기계에 자율주행·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며 신성장동력을 이미 마련했다.
▶대동이 곧 근대 농업의 역사
▷최초 경운기부터 자율주행 이앙기까지
대동은 1947년 경남 진주에서 설립됐다. 창업주 故 김삼만 회장이 세운 ‘대동공업사’가 모태다. 올해 74주년을 맞는 대동의 역사는 한국 근대 농업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기계 업계에서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은 모두 대동이 보유하고 있다.
1962년 대동은 국내 농기계 업체 최초로 ‘경운기’를 생산 보급했다. 이외에도 트랙터(1968년), 콤바인(1971년), 이앙기(1973년) 등 주요 농기계는 모두 대동이 가장 먼저 선보였다. 200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2008년 국내 최초 ‘동력 운반차’를, 2019년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이앙기’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디젤엔진, 다목적운반차(UTV), 지게차 등 다양한 작업 기계를 생산·판매 중이다. 대동의 국내 농기계 시장점유율은 단연 1위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트랙터 시장점유율 약 32%를 자랑한다. 작업 중인 트랙터 3대 중 1대는 ‘메이드 인 대동’이다.
1980년대에는 해외 진출에 나서며 글로벌 농기계 회사로 거듭났다. 대동은 현재 전 세계 70개국에 자체 농기계 브랜드 ‘카이오티(KIOTI)’를 수출한다. 지난 1993년 미국 법인 ‘대동USA’ 설립 이래 진출 국가를 꾸준히 늘려나가는 중이다. 2014년에는 미얀마와 1억달러 규모 농기계 수출 계약을, 2018년에는 앙골라와 1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으며 동남아·아프리카 시장까지 보폭을 넓혔다. 2019년에는 업계 최초로 캐나다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대동은 전체 매출 약 53%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매출 1조 돌파…해외 시장 선전
▷코로나19로 미국 트랙터 수요 늘어
대동이 최근 더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실적’이다. 2015년 5834억원이었던 매출이 2019년 8329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486억원. 2019년 한 해 영업이익(245억원)보다도 약 2배 많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이다. ‘대동USA’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288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수혜를 입은 모습이다. 북미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작은 농장이나 주택 관리용으로 사용되는 소형 ‘60마력 이하 트랙터’ 판매가 크게 늘었다.
내수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내수 매출은 3229억원으로 전년(2854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벼 재배 농가는 2016년 64만2000가구에서 2019년에는 53만3000가구로 17% 감소했다. 하지만 대동 농기계는 오히려 더 잘 팔렸다.
트랙터는 저가형, 이앙기는 고급형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이 먹혔다. 지난해 가격을 낮춰 새롭게 선보인 ‘경제형 트랙터’ 판매량이 전년보다 102% 늘었다. 고급형으로 내놓은 ‘자율주행 이앙기’도 판매가 240%나 늘었다. 대동 관계자는 “SK텔레콤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이앙기에는 직진 유지, 모 간격 유지, 정밀 비료 살포 등 기능을 탑재했다. 운전자가 이앙기를 멈추지 않고도 끊임없이 모를 공급할 수 있어 작업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1인 이앙 작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기계 회사 → 스마트 농업 기업
▷사명 ‘대동’으로 바꾸고 ICT 도입 박차
대동이 최근 몰두 중인 신사업 영역을 살펴보면 ‘예상 밖’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빅데이터, 로봇 등등.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농기계 기업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단어들이 쏟아진다. 구글도, 테슬라도 아닌 대동에서 최첨단 ICT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사뭇 단순하다. 농기계 제조만으로는 ‘100년 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해 김준식 대동 회장이 새 비전 ‘미래 농업 선도 기업’을 선포한 이후, 변화에 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정밀농업팀’ ‘모빌리티팀’으로 구성된 ‘미래 사업 추진실’을 신설했고 다양한 외부 기관과 ICT 연구개발 MOU도 체결했다. 계약 대상 면면이 화려하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심지어는 인텔도 있다. 대동 관계자는 “지난해 사명을 ‘대동공업’에서 ‘대동’으로 변경한 이유도 여기 있다. 기존 사명은 아무래도 전통 제조업 이미지가 강했다. 미래 농업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업을 뺐다”고 설명했다.
대동 미래 사업의 핵심은 ‘정밀 농업’이다. 생육·토양·병충해 등 재배 환경을 실시간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재배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용 무인 로봇 등 스마트 농기계를 도입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대동이 선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대동커넥트’는 정밀 농업 진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농기계 데이터를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것으로 ‘농기계판 사물인터넷(IoT)’을 생각하면 쉽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농기계 작업 경로와 거리, 사용 연료 등 주요 정보를 데이터화할 수 있다. 농기계 고장 파악, 사고 시 긴급 출동 요청 등 기능도 탑재했다. 김성규 대동 정밀농업팀장은 “대동에서 제공하는 농업 솔루션이 보편화되면 하루 농사의 시작과 끝이 스마트폰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는 개인 경험이나 감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노동력, 비료, 농약 등 자원 최적화가 쉽지 않다. 빅데이터와 무인 농기계가 보급되면 적은 인력으로도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새로운 기계 개발도 예정돼 있다. 상반기에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130마력 고급 트랙터 ‘HX트랙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모빌리티 개발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제초용 로봇을 비롯해 스마트 골프카트, 청소 로봇,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스마트체어도 개발 진행 중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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