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우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내 고령층 접종 될까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럽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 연구진은 효과 논란을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다음주 중으로 이 백신의 허가 여부와 접종 대상을 결정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임상시험 책임자가 고령층도 이 백신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을 주도한 앤드루 폴러드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는 3일(영국 현지시간) B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들의 백신이 고령층에도 훌륭한 면역반응을 끌어낸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65세 이상 피험자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령층에게 접종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이에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폴러드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고령층과 젊은 성인이 매우 유사하게 좋은 면역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령층에 대한 자료가 다소 적어,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예방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사람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달 29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18세 이상 성인 대상 유럽연합(EU) 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중화항체가는 성인 80.7%, 고령자 64%로 나타났다. 중화항체는 항원의 자극으로 몸 속에 생성되며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단백질이다. 중화항체가가 60% 이상으로 나타나면 백신이 효과를 지닌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임상시험의 65세 이상 참여자가 전체 참여자의 10% 이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고령층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확신하기에는 표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대상에서 고령층을 제외하는 추세다. 가장 먼저 독일 보건당국이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게만 접종하기로 했다. EMA의 승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어 프랑스와 스웨덴도 65세 이상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벨기에 정부도 ’당분간’이라는 조건을 달고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2일 밝혔다.
이탈리아 의약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신 도입 초기에는 18세에서 54세까지 성인에게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건강에 위험 요인이 없는 55세 이상 성인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 백신의 접종 대상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층에 접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특징을 언급하며 고령층에게 접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있는 대상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요양시설 입소자·종사자다. 즉, 백신을 전국의 요양시설에 신속히 분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화이자나 얀센의 백신과 같이 초저온 보관·운송이 필요한 백신은 전국 요양시설에 분배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약 6개월을 보관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분배·접종할 수 있다.
식약처는 다음주 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범위를 발표할 전망이다. 오는 4일 식약처는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심위에서 추가로 자문을 받고, 최종 점검위원회를 거칠 예정이다. 국내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며, 이달 말 약 150만 도즈(75만명분)이 공급된다.
castleowner@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