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확대 직격탄? 유튜브에서 확산되는 '부동산 폭락론'
‘유튜브 전성시대’답게 부동산에서도 전문 유튜브를 눈여겨보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유튜버들은 저마다 나름의 논리로 부동산 상승, 하락을 주장하며 구독자를 유혹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폭락론’을 외치는 유튜버가 인기몰이 중이다. 수만~수십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다” “올해 기점으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주장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집값 폭락론’ 앞세운 유튜버 인기
▷라이트하우스, 쇼킹부동산 눈길
부동산 폭락론을 외치는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로 ‘라이트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라이트하우스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독한 부동산 유튜브 채널로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9월 김 전 장관의 구독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38만여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4개월여 만에 3만명 이상 늘어 1월 말 기준 41만5000명에 달했다.
라이트하우스는 집값 하락론을 줄기차게 강조한다. ‘왜 자꾸 집을 사라고 할까’ ‘대출도 막혔다 영끌족 망했다’ 등의 영상을 잇따라 올리며 머지않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품 낀 지역 TOP 7’이라는 영상까지 올렸다. 이 영상에 따르면 “버블세븐으로 일컫는 집값 폭등 사태 이후 한동안 시장이 잠잠하다 지역별로 집값이 다시 급등했다”면서 하남, 과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광명, 분당, 세종,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등을 거품 지역으로 거론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쇼킹부동산’ 역시 부동산 폭락론을 내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구독자 수만 약 39만명에 달한다. 쇼킹부동산은 ‘30대가 아파트 산다면 무조건 말리세요’ ‘부동산 최악의 악재 돌아왔다’ ‘지금 집 살 때 아닙니다’라는 주제의 동영상을 올렸다. ‘일본 부동산 폭락과 대한민국 부동산 거품 정말 똑같다’ 등 외국과 비교하는 영상도 조회 수 251만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구독자 21만4000여명을 보유한 ‘김종갑의 경제부동산’도 부동산 폭락론을 강조하는 유튜브 채널로 유명하다.
이들 유튜버들은 어떤 근거로 집값 폭락론을 주장할까.
첫째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머지않아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통해 올 하반기 3만가구, 내년 3만2000가구를 공급하고 공공 재개발, 재건축 등을 추진해 공급을 대거 늘릴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물량을 공급함으로써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유튜버들은 대규모 주택 공급이 쏟아지면 집값이 폭락하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둘째 집값 상승 동력이 됐던 풍부한 유동성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더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돼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록 저금리 시대지만 머지않아 금리가 오르고 대출 부실이 커지면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주장이다.
‘김종갑의 경제부동산’ 채널은 “부동산의 강력한 복병 금리 인상이 2021년 상반기 단행될 여지가 생겼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대출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격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지난 7년간 집값 대폭등의 후유증으로 대폭락이 예견된 가운데 영끌족과 무리한 갭투자로 주택에 뛰어든 사람들은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튜버 쇼킹부동산 역시 “은행 대출 여력이 거의 한도까지 찼다. 금리 인상 시기가 오면 집값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새 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한 만큼 머지않아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주장도 더한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 총액은 360조8000억원에 달했다. 2006년 정부가 공식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 금액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고, 웬만한 전용 84㎡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훌쩍 넘는 만큼 집값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무리한 주장’ 지적도
▷‘공급 확대로 집값 폭락’ 현실성 낮아
제도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유튜브 채널의 폭락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편다.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해온 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대세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일찍 종식된다 해도 실물경기 악화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다.
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이 단기간 내 현실화될지도 미지수다. 집값 급등에 놀란 정부가 대규모 공급 확대를 준비 중이지만 주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 공급이 집중되는 만큼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확 풀지 않는 한 실수요자가 원하는 서울 도심 역세권 공급 확대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매매가가 이상 급등한 일부 지방 부동산 가격은 조정을 받겠지만 단순히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집값이 폭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과거 집값 사이클을 보면 시기적으로는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중 유동성이 넘쳐난다는 점이 변수인데 코로나19 종식 시기가 중요하다. 예상보다 일찍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공급 확대까지 겹치면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한 지역 하락세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다만 지역별 집값 양극화 양상은 두드러질 것이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예측이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인플루언서를 시장 교란 행위로 처벌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승론을 외치는 유튜브 채널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주장도 적잖다. 정부는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교란 행위에 대한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적발 시 형사 입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엄포 이후 구독자 34만여명을 보유한 부동산 유튜브 채널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은 방송을 종료했다. 6만명이 구독하는 ‘석가머니’는 아예 채널 동영상을 모두 삭제해 논란이 됐다.
이처럼 활동을 중단한 부동산 유튜버 대부분이 ‘상승장’을 주장해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폭락론을 주장하는 유튜버들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정부 압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상승장을 내세우는 유튜버들은 위축되겠지만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상승론이 활발한 만큼 정부 압박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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