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자가격리 빈틈 타고 번졌다..외국인 38명중 4명 감염
우리나라에 입국해 자가격리하던 외국인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가 집단으로 퍼진 사례가 처음 확인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감염경로가 같은 38명 중 4명에게서만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했는데, 나머지 34명도 변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5명 추가돼 모두 39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영국발 변이 4건은 해외 입국자로부터 일가친척 4명이 한꺼번에 전파된 사례다. 지난해 12월 25일 아랍에미리트(UAE)서 입국한 외국인 A씨가 경남 김해의 자택에서 격리하던 중 1월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격리 기간 이 집을 방문한 친척 1명이 추가로 감염된 후 친척 간 추가 접촉을 통해 집단 전파된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이렇게 A씨를 연결고리로 한 관련 환자는 A씨를 포함해 7가구 38명으로 확인됐다. 모두 외국인으로 업무상 관계의 2명을 제외하면 가족 6명과 친척 30명 등 36명이 가족 관계다.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4명에게서만 변이 감염이 확인됐지만, 당국은 34명 또한 같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A씨의 경우 바이러스양이 부족해 변이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 당국은 A씨가 변이에 감염된 뒤 전파했을 거라고 판단한다. A씨와 관련된 환자 34명에게서 추가로 변이가 확인될 경우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국은 이들 가족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49명은 자가격리를 끝내 격리 해제됐고 이외 접촉자 136명에 대해서 검사를 진행 중이나 아직 확진자는 없다고 밝혔다.
A씨가 확진된 후 이미 한 달가량 지난 만큼 그사이 당국 감시망에 들어오지 않은 추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간 입국자로부터 동거 가족이 추가로 변이에 감염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입국자를 시작으로 여러 명이 집단으로 변이에 감염된 건 처음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국·남아공·브라질 외에도 해외 입국자는 전부 국가가 시설 격리하지 않으면 지역 전파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자가격리하고 있는 해외 입국자가 2만여 명으로 생활치료센터 등에 전부 보낼 수 없으니 비어있는 공항 주변 호텔을 이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전 세계에 퍼져있어 3개국만 막으면 의미가 없고 해외 입국 전체를 강력하게 차단하는 편이 좋다”며 “우리나라에서 처음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지한 달이 넘었기 때문에 지역 사회 확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표본을 정해 전장 유전체 검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처음으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됐을 때도 방역 소홀 논란을 겪었다. 당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를 마중 나온 가족 3명이 확진자와 접촉해 추가로 변이 바이러스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영국, 남아공, 브라질발 입국자는 내국인 포함 전원 시설에서 14일간 격리하도록 했다. 다만 이외 국가 입국자는 자가격리할 수 있는 거주지 등이 없거나 적절치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자가격리를 진행한다. A씨는 우리나라에 거주지가 있었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입국했기에 시설격리를 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영국발 바이러스는 71개국, 남아공발은 31개국, 브라질발은 13개국으로 감염이 확산한 상태다. 우리나라처럼 영국·남아공·브라질발 3개 변이가 모두 검출된 나라는 전 세계 9개국뿐이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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