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효과없다" 해외서 논란된 아스트라제네카..내일 판가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를 위한 2차 검증 회의를 하루 앞두고 고령층 접종을 제한하는 국가가 잇따르면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부터 식약처 법정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가 열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2차 심의를 진행한다. 식약처는 회의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약심은 허가를 위한 2차 관문이지만 사실상 최종 절차로 여겨진다. 그간 의약품 허가 시 식약처는 중앙약심서 나온 안전성, 유효성 의견을 대부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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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검증선 “고령자에 투여 가능”
앞서 지난 1일 첫 외부 전문가 자문 회의에선 다수 위원이 연령 제한 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자문단은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 대상자에서 예방 효과가 확인됐고 백신 투여 후 항체 형성 등 면역 반응이 일반 성인과 비슷하며, 안전성 등도 양호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결론 내렸고 향후 추가 자료 제출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란 자문을 준 상태다.
검증 자문단이 조건부 허가를 권고한 만큼 핵심 쟁점이었던 만 65세 이상 접종 가능성은 일단 커진 상태다. 하지만 논란이 있는 만큼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오일환 중양악심 위원장(가톨릭대 의과대학)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4명 정도가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부득이한 경우 일부 위원이 온라인으로 의견을 줄 것”이라며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사회적 필요와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컨센서스(합의)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검증 자문단이 검토한 자료를 토대로 보겠지만, 같은 자료라 해도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며 “백신 관련 해외 임상자료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받고 있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결론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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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부족” 고령자 접종 비권고
그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효과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에 참여한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7%대로, 모더나(약 25%)와 화이자(약 21%) 등 다른 백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먼저 접종을 개시한 해외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의견이 갈린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29일 만 18세 이상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상용을 권고했고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사용을 공식 승인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독일, 이탈리아 등에 이어 프랑스, 스웨덴, 폴란드, 벨기에 등은 고령자에서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제한한 상태다. 프랑스 고등보건청(HAS)은 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 연령층에게만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보건당국도 이날 65세 이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추가 자료가 나올 때까지 65세 미만에만 해당 백신을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만, 이탈리아의약청(AIFA)은 18세 이상∼54세 성인에게 우선 사용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다만 이탈리아는 55세 이상도 건강에 위험 요인이 없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게 유용하다는 추가 의견을 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고령층을 포함한 모든 성인에게 접종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65세 이상도 항체가 100% 생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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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에 모더나·화이자 백신 맞혀야”
국내 의료계에서도 추가 임상 결과를 확인한 뒤 허가 사항에 반영하자는 신중론이 나온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고령층에 우선 접종하는 이유는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항체 생성률이 높은 백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라며 “아직 이런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설사 입증됐다고 인정하더라도 현재까지 나온 백신 가운데 효과가 확실하고 가장 높게 입증된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는 게 맞다는 게 임상 의사들의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층에 접종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의 효능이 특정한 연령(65세)을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적고, 우리나라 접종 시점에는 영국, 인도 등의 실제 접종을 통한 추가 효과 자료가 발표될 것”이라며 “2분기 시작까지 다른 백신이 도입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면 고령층에 접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화이자 백신 같은 경우에는 냉동백신이기 때문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가서 접종하기 어려운 한계들이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다”며 “그래도 어느 정도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효과와 안전성이 있다고 하면 충분히 접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층에 투여하기로 결정 나더라도 대상자가 거부한다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있다.
당국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말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분인 150만 도스(75만명분)이 먼저 공급된다. 다국적 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도 상반기에 최소 260만 도스(130만명분)에서 최대 440만 도스(220만명분)가 국내로 들어오고 일부가 2~3월 중 도입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입소자와 종사자 등에게 우선 접종될 것으로 알려져 1분기 접종의 핵심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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