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6월도 아닌 하필 5월.."누가봐도 4월선거 의식"
공매도 금지 조치가 5월2일까지 재연장된다.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코스피200이나 코스닥 150 등 대형주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금융당국이 정치권과 개인투자자에게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오후 임시 금융위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회의에서는 공매도를 완전 금지 또는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초 글로벌 스탠다드 등을 이유로 예정대로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정해진 바가 없다”며 공매도 재개 여부를 재검토해왔다.
고심을 거듭하던 금융위가 찾은 절충안은 제한적 공매도 허용이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은 각 산업별로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추려 만든 지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셀트리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종목의 경우 시총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만큼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고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홍콩의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를 참고했다. 당초 금융위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제도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설명자료에서 “공매도 가능종목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종목간 형평성 등 새로운 논란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국내 도입 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해 국내시장의 신뢰저하 및 투자자 이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거쳐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것인만큼 입장이 바뀐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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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는 재개 시점 안 정해
5월 3일 이후에도 공매도가 금지되는 나머지 종목의 공매도 재개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은 위원장은 “오늘 금융위 회의에서 나머지 종목의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공매도 부분 재개 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지 등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적은 기업이 많은 한국 시장 특성 상 코스피 200등 대형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는 건 이해되는 조치”라면서도 “나머지 종목도 언젠가는 공매도를 재개해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 재개 시점 등을 빨리 결정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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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의식했나, 4월도 6월도 아닌 5월 재개
부분적 공매도 재개시점은 5월3일이다. 공매도 재개를 위한 한국거래소의 전산개발과 시범운영 등에 2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은 위원장은 “시스템 준비를 완벽하게 하려면 5월에 하면 좋겠다고 했다”며 “현실적, 기술적으로 빠른 날짜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ㆍ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란 지적도 나온다. 통상 시장 조치를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결정해온 금융위의 결정에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8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할 때도 6개월의 기간을 뒀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경우 일정상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할 때까지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미쳤다. 박용진ㆍ양향자 민주당 의원 외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가세해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을 요구해왔다. 당정 간의 물밑 조율에서도 여당 측이 공매도 금지 연장 요구가 쇄도했다고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기간이 1년이 넘어가는데다, 재개 시 주가 하락 등 부작용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누가 봐도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해 결정을 미룬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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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공매도, 공매도 경험에 따라 단계적으로 열어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제도개선과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을 받아온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으로부터 2조~3조원 가량의 대주물량을 확보했다. 이들 대주물량은 각 증권사별로 개발한 대주시스템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된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는 차등적으로 허용된다. 공매도에 처음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모의 공매도 투자를 통해 공매도 투자를 익히도록 했다. 초기 투자한도는 3000만원이고, 공매도 투자경험이 늘어날수록 공매도 투자한도를 늘리는 방식이다. 공매도 투자경험이 2년 이상이면 차입한도를 두지 않는다.
다만 금융위는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에서 요구한 불법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는데다, 많은 정보를 처리하다보면 주식거래 체결이 늦어지고 시스템 과부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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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매도 운동 등 혼란 지속되자 조기 결정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는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당초 2월 중순은 지나야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 이후 한국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이 일어나는 등 여론이 다시 달아오르자 서둘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2월 말에 발표하면 논란이 반복될 것 같아 조기에 발표했다”며 “공매도에 대해서는 논란을 종지부하고 금융위는 주어진 숙제를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논란 거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매도가 금지된 나머지 종목에 대한 재개 여부도 언젠가는 결정해야 한다. 공매도의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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