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악의적 보도는 반사회적 범죄"..검찰개혁 다음 언론개혁?
174석의 거대 여당이 검찰개혁에 이은 다음 화두로 언론개혁을 꺼내 들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검찰개혁, 언론개혁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사회의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反)사회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입법 시기도 2월 임시국회로 못박았다. 이 대표는 “언론 개혁 입법 또한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관련법 등을 기다리는 국민이 많다”고 말한 데 이어, 이틀째 언론을 개혁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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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등 6개 법안 추진
민주당은 지난해 10월부터 당 미디어언론상생TF를 구성해 언론 관련 법안 목록을 4달 가까이 준비해 왔다. 최우선으로 추진되는 법안은 ‘정정보도 강화법’으로 이름 붙인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영호 의원 대표발의)이다. 언론사가 정정 보도에 나설 경우, 같은 시간·분량·크기를 강제하는 게 골자다. 예컨대 신문 한 면을 통해 보도한 기사는 한 면 전체에 정정보도를 싣고, 방송 메인뉴스에서 1분 30초짜리 리포트 2개로 보도한 기사는 3분 분량의 정정보도를 하란 취지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실제 정정보도는 분량이 매우 짧거나 크기와 글씨가 매우 작아 시청자가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같은 시간·분량·크기로 보도하도록 법률에 규정해 피해자를 보호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법이 언론과 이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한진만(신문방송학) 강원대 교수는 “방송 개시 전후에 정정보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걸 굳이 동일 분량으로 강제하면 편집권·편성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게 된다”며 “시청자 입장에선 똑같은 분량의 정정보도를 굳이 봐야 할 필요가 있냐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포털 댓글의 피해를 본 경우 게시판 운영 중단을 요청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양기대 의원)과 인터넷 뉴스의 내용이 사생활을 침해할 경우 피해자가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신현영 의원) 등 6개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언론사가 아닌 유튜브나 온라인 게시물 등 ‘가짜 뉴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 법안은 인터넷 등을 통해 고의·중과실로 거짓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3배까지 정하도록 한 법안이다.
윤 의원은 “이제는 과거와 달리 1인 미디어도 뉴스의 기능을 하지만, 고의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제재 수단이 미흡해 피해구제가 어렵다”며 “변화한 기술에 맞춰 마련한 이용자 권리 구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황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선문대 교수는 “이미 방송을 재허가권 등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그나마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유튜버까지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가장 문제가 큰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임기 말을 앞두고 정권에 불리한 기사를 막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려면 과거 본인들이 정치적으로 재미를 본 괴담에 먼저 적용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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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지지자들 요구에 굴복?
이 대표가 임기를 1달여 앞둔 시점에 언론개혁 카드를 꺼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언론개혁은 검찰개혁만큼이나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연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지지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정권 말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였다가, 보수·진보 양측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시달린 기억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과제”라며 “우리 입장에선 조국 전 장관 사태 등에서 언론이 직접 ‘선수’로 뛰었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부터 누적된 언론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도로 해결하겠단 취지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언론개혁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요구가 적지 않다”며 “본격적으로 경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친문 지지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언론개혁법안을 공수처법, 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과 함께 개혁입법 과제로 꼽은 바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속도조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2월 임시국회 법안에선 논란이 일었던 일부 법안은 제외했다고 한다. 노웅래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 TF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결국 법원을 통해서 배상액을 정하는 법안이고, 나머지 법안도 언론중재위나 방송통신심의위 등 중립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언론에 직접적인 규제가 될 법안은 없다”고 말했다.
오현석·한영익·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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