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또 홍남기 경질론.."김태년과 살벌하게 붙었다"

심새롬 2021. 2. 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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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생각에 잠겨 있다. 2021.2.3 오종택 기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당·정 갈등이 격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3일 홍남기 경질론이 또 제기됐다. 오전 최고위원회의 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홍 부총리와 관련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는 이례적인 내용을 브리핑했다. 홍 부총리가 전날 “전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공개 반박한 데 대한 반격이다.

경질론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홍 부총리의 사퇴는 본질이 아니다. 재정을 확보하는 데 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본질”(최 대변인)이라며 사태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홍남기는 한두 번도 아니고 그만둘 때가 됐다”(친문 재선)는 반응과 함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재부 편에 서서 관료들과 당 사이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호남 초선)는 쪽으로 불만이 퍼졌다.


김태년의 고성
민주당과 기재부 간 이번 갈등은 지난 1일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촉발됐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일 당정 논의는 원래 예정에 없었다. 당일 오후 갑작스러운 청와대의 요청으로 홍 부총리와 김 실장 등이 국회로 와 1시간 남짓 회의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 ▶공매도 금지 연장 ▶4차 재난지원금 등을 이날 논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와 청와대 측 참석자들이 오후 5시쯤 국회에 도착하기 직전에 내부 고위전략회의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 비공개 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홍남기-김태년 간 고성이 오갔다는 게 이날 당·정 협의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부총리와 김 원내대표가 살벌하게 붙었다”며“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협의 때는 종이를 던지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김 원내대표가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 주변에선 “협의를 하나도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란 말이 나왔다.

홍 부총리가 다음날(2일) 올린 페이스북 반박글을 작심하고 준비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홍 부총리는 민주당이 “즉각 사퇴”를 거론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SNS(페이스북)에 드린 말씀은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이낙연 대표의 연설은 공직 생활 중 들은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다. 다만 정부와 다른 이견 사항이 정부 (부처)들에게 확정된 거로 전달될까 봐 재정 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李-洪 갈라설까
이 대표와 홍 부총리는 서로를 직접 겨누기가 조심스러운 눈치다.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동시 지급” 주장을 이 대표가 꺼냈지만, 기재부 때리기엔 김 원내대표가 부각되는 식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총리 시절이던 2018년 11월 홍 부총리를 2기 경제팀 수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직접 추천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홍남기 후보자는 정부 출범 이후 70여 차례 지속된 이낙연 총리의 주례보고에 배석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즉각 사퇴”를 거론한 이 날도 당·정 안팎에선 이 대표와 홍 부총리 관계가 “여전히 가깝다”(정부 관계자)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한 민주당 의원은 “지지율 위기인 이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을 추진할 시간은 많지 않다”며 “총리 시절 쌓은 홍 부총리와의 개인적 신뢰가 얼마나 더 유효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며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면 재정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변수? 결과는
홍 부총리는 2일 페이스북에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라는 표현을 써 결사 항전을 암시했다. 지난해 11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안(10억원→3억원)을 관철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겠다며 대통령에 사표를 냈다가 반려당한지 석 달만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 얘기한다. 대통령에 항명하진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손실보상을 얘기했는데 민주당에서 선거용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들고나온 데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간 재난지원금이나 부동산·주식 관련 세제 등을 놓고 벌어진 당·정 갈등은 대체로 청와대가 매듭지었다. 민주당은 벌써 이와 관련한 내부 여론몰이를 시작한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요즘 제일 마뜩잖은 건 김상조 정책실장”이라며 “교수 출신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기재부 관료들의 데이터나 이론에 압도당한 느낌이다. 결국 기재부에 질질 끌려간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홍남기 때리기에 김 실장에 대한 반감도 함께 녹아있다”(여권 인사)는 분석이다. 이런 기류는 1일 당·정 협의회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고 한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부처하고 당하고 1차,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그때마다 이견들이 있었다”며 “이제 이런 이견들을 조정하고 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아무리 봐도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다"(오세훈 전 서울시장),"사람들은 여당 대표와 경기도지사에게 반박한 것이라고 하지만 부총리가 정말 묻고 싶었던 대상은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선별 지원이 옳다"(유승민 전 의원)며 홍 부총리를 옹호하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심새롬·김효성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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