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쓰레기 대국은 놀랍게도 이 나라다
2018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미국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기자말>
[김태용 기자]
한국 사람이 미국에 오면 충격받는 일이 있다. 바로 쓰레기 처리 방식이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싱크대 음식물 분쇄기에 갈아서 간편하게 하수구로 흘려보낸다. 더 편한 방법도 있다. 음식물 분리 없이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다. 물론 주(州)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분리수거는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다.
사실 쓰레기를 버리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했다. 내가 살았던 애리조나주의 경우 비닐봉지 인심도 매우 좋았다. 마트에서 무료로 필요한 만큼 무제한 가져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철저하게 분리수거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던 우리였다.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들도 양심의 가책을 받았나 보다. 학교 급식판, 플라스틱 포크 모두 일회용이라고 했다. 식사가 끝나면 남은 음식물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했다. 가끔 아빠에게 물어본다.
"이렇게 막 버려도 되는 거예요?"
예전에 아이들과 손을 잡고 뉴욕 유엔 본부에 견학을 다녀온 적이 있다. 주제가 '환경오염의 심각성'이었다. 사람들이 플라스틱과 비닐을 무차별하게 버리는 행위가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웠다.
매년 800t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 새, 물고기, 거북 등을 죽이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다. 그러나 미국 학교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보게 되는 모습은 배운 것과 사뭇 달랐다.
▲ 유엔본부 뉴욕 유엔 본부에 견학을 가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배웠다. |
ⓒ 김태용 |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소비 대국이다. 세계 제일의 군사력도 과시한다. 미국인들은 이러한 세계 1위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애써 감추려 하는 세계 1위도 있다. 바로 세계 1위 쓰레기 대국이라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가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루에 1명이 약 2kg 이상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1년이면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약 773kg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3배이고, 에티오피아의 7배이다.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이다. 세계 인구의 4%만 차지하는 미국이 전 세계 도시 고형폐기물의 12%(약 2억3900만t)를 내버리고 있다.
미국 쓰레기 재활용은 어떨까? 미국은 세계 최대 쓰레기 생산국이지만 재활용 비율은 선진국 중에 가장 낮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분리수거 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7년 한국과 싱가포르의 쓰레기 재활용 비율은 동일하게 59%이다. 반면 미국은 그 절반 수준인 26%다.
사실 미국도 주별로 쓰레기 재활용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긴하다. 1970년대 환경 운동 이후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NCEL(National Caucus of Environmental Legislators)은 2020년에 37개 이상의 주에서 250개 이상의 재활용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California) 정부는 유리병, 플라스틱 용기 등 크기에 따라 5 또는 10센트의 '재활용 보증금(CA CRV)'을 추가 부과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센터에 반납하면 중량을 기준으로 돈으로 환급해준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 노숙인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이 유독 많이 보이는 이유다.
1987년 이러한 제도가 시작된 이후 3000억개 이상의 유리, 알루미늄 용기가 재활용되었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코네티컷(Connecticut),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메인(Maine), 미시간(Michigan) 등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
▲ 미국 쓰레기 재활용은 어떨까? 미국은 세계 최대 쓰레기 생산국이지만 재활용 비율은 선진국 중에 가장 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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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2017년 도시 고형 폐기물(약 2억6000만t) 중 절반 이상(52.1%)이 매립되었다. 미국 전역에 2622개의 매립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중 1304곳이 운영 중으로 파악된다. 매립지가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다.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쓰레기양도 많다. 캘리포니아의 매립지수는 텍사스를 제외하고 다른 어떤 주보다 2배 이상 많다.
음식물 쓰레기(21.9%), 플라스틱(19.2%), 종이 제품(13.1%) 등 세 가지 유형이 매립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1인분 음식을 주문하면 양이 매우 많다. 많이 먹기도 하지만 많이 남긴다. 종이 제품 등은 재활용도 가능하지만, 매립지로 오는 경우도 많다.
1인당 매립된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은 미시간(Michigan)이다. 1인당 62t의 쓰레기가 매립되어 있다. 미국 각 주(州)는 그 지역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별칭(Nickname)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가령 애리조나는 누구나 들어도 알만한 "그랜드캐니언 주(Grand Canyon State)"라고 불린다. 플로리다는 "선샤인 주(Sunshine State)"이다. 일 년 내내 따뜻한 플로리다 해변이 연상된다.
미시간의 여러 별칭 중 하나는 "청정 미시간(Pure Michigan)"이다. 미시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간판 내용이기도 하다. 1인당 쓰레기가 가장 많이 매립된 미시간을 알고 나면 별칭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재활용도 결국 돈이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 처리를 도맡아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16년 한 해만 미국은 1600만t 재활용 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중국은 제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폐기물을 수입하여 원료로 삼았다. 그러나 실제로 수입된 쓰레기의 30% 이상은 재활용이 불가하여 중국의 시골과 바다를 오염시켰다.
결국 중국은 2018년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자국의 환경과 국민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2018년 급하게 6만8000개 컨테이너를 구해 재활용 쓰레기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로 보냈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2018년 캐나다도 미국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의 13%를 받았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도 결국은 돈이다. 쓰레기 소각과 재활용이 매립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미국은 땅이 넓다. 한국의 약 100배이다. 넓은 땅을 활용해 쓰레기를 땅에 묻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공들여 분리수거를 해도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분리수거할수록 그 배신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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