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원들 왜 풀어줬나..외교부 "동결자금 일부 해결 방안 찾아"
"미국 제재 레짐 안에서 '인도적 교역 채널' 방안 강구"
"이란, 사법절차 따라 선박·선장 억류 유지 주장"
이란이 2일(현지시간) 29일동안 억류 중이던 한국케미호 선원들을 석방한 데 대해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 중 일부를 유엔 분담금으로 납부하는 방안은 협의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유엔 분담금 납부 문제에 있어서 최근 진전이 있었고 이에 이란이 한국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에 진정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동결 자금을 활용해) 분담금을 내준다는 건 (협의가) 끝났고, 어떻게 지불하느냐 등 굉장히 기술적인 부분의 협의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협의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특히 달러화가 미국으로 송금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담금 액수에 대해선 "큰 액수는 아니다"라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동결자금으로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보내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현재 제재 체계 안에서 허용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적 교역채널을 통하지 않으면 미국에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격이 된다"며 유엔 분담금 납부와 인도적 교역 채널 외 다른 방안은 현재 사실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걸 시사했다. 현재 정부는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을 이용해 스위스 계좌에 자금을 이전하고 이란 측에 인도적 물품을 보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도 미국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결국 동결자금 해결 방안이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자 이란도 선원부터 우선 풀어주며 단계적인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유엔 분담금 납부와 인도적 교역 채널 활용 방안 모두 결국 미국의 제재 면제 승인 등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이란 측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취임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갖춰지는 시점에 맞춰 선원을 석방함으로써 “이제 한국이 미국과 주도적으로 대화해보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에 갔을 때 이란 측은 ‘어떻게 한국이 미국보다 미국의 제재를 과도하게 지키냐’며 따졌고 화가 많이 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약 한 달 만에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 이제 ‘미국과 협상’이라는 공을 한국에 넘긴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미국 인선이 완료된 건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부터 블링컨 장관까지 이란과는 대화로 합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고, 덜 경직된 분위기는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선원들을 풀어주면서도 선박과 선장은 여전히 붙잡고 있는 데 대해 “사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은 사법절차를 밟기 위해선 선박은 계속 억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 때문에 선박을 관리하기 위한 필수 인력인 선장 한 명은 남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선박과 선장을 붙잡고 있는 한 실제 석방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전에는 (선원) 본인이 (배에서)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온다면, 지금은 언제든 귀국을 희망하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사 측은 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억류가 해제돼도 한국 선원들은 전원이 선박을 관리하기 위해 남아있어야 하는 핵심 인력”이라며 “이란의 생색내기용 억류 해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선원들의 구체적인 귀국 일정은 선사를 중심으로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과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란 측은 선박 나포 이유로 제시한 환경오염에 대해 아직까지 증거와 혐의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은 사법 절차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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