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송 훈련중 돌발상황..드라이아이스가 얼어붙었다

김민욱 2021. 2. 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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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초저온 백신 모의 수송훈련이 열린 서울 중구 방산동 중앙예방접종센터 정문. ‘삐유 삐유’ 경찰 호송 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곧 ‘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수송 차량’이라고 적힌 1톤 화물차가 센터로 들어왔다. 화물차가 정차하자 함께 호송에 오른 검은 제복의 군사경찰 2명이 적재함 문을 열었다. 안에는 가로·세로·높이 60㎝가량의 검은색 박스가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병관리청과 국방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자들이 백신 접종 모의훈련을 펼친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예방접종센터 안으로 코로나19 백신수송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군사훈련 방불
군사경찰은 지지대를 제거한 후 박스를 내렸다. 이들은 체온 측정 후 박스를 들고 센터 내 냉동고 쪽으로 이동했다. 냉동고 앞에는 흰 가운을 입은 ‘약제부’ 소속 의료진 2명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박스 뚜껑을 여니 온도계가 나왔다. 영하 75도를 가리켰다. 의료진들은 ‘백신보관’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도착일시와 수량·인수자·백신 제조번호·유효기간 등 칸을 채웠다.

이날 행사는 화이자·모더나 등 초저온 유통 백신을 접종센터까지 옮기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진 모의 훈련이다. 삼엄한 분위기에서 실전처럼 진행됐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훈련 도중 돌발 상황도 생겼다. 백신은 여러겹으로 쌓여있었다. 검은색 박스를 열자 스티로폼 용기가 들어 있었다. 이 용기의 뚜껑을 여니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종이박스가 나왔다. 의료진이 드라이아이스를 꺼내려 했지만 꽁꽁 얼어붙어 나오지 않았다. "괜찮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관계자들은 일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기다란 도구를 동원해 떼내어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스는 수 분간 열려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아이스 덕분에 박스 안 온도계는 영하 75도 이하로 유지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실제 유통 상황에서는 경기도 평택 창고에서 꺼낼 때 드라이아이스를 부어 바로 (접종센터로) 온다”며 “(모의훈련이다 보니) 미리 만들어둬 얼어붙은 것 같다.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온도 변화가 없도록 유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안전유통을 위한 부처합동 모의훈련이 실시된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훈련용 백신모형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인천→평택→서울 수송작전
이날 모의 훈련은 인천 국제공항부터 시작됐다. 모형 초저온 백신은 인천에서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로 운반된 뒤 다시 서울 중앙접종센터로 옮겨졌다. 실제 백신 국가접종 때는 평택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채운다는 의미다. 한국은 다국가 백신 공급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의 백신을 계약했다. 이달 중순 화이자(약 6만명분)를 시작으로 앞으로 들어올 코백스 물량은 일단 평택 냉동창고로 보내진다.

3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냉동창고에서 코로나19 백신 안전유통 모의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이아이스를 제거한 의료진은 냉동고 전용 장갑을 끼고, 고글을 썼다. 박스에서 꺼낸 모형 백신을 접종 센터 냉동고 안에 넣었다. 냉동고 문은 2중으로 돼 있었다. 냉동고 외부에 붙어있는 모니터에는 현재 내부 온도가 영하 72.8도로 표시돼 있었다. 냉동고 문에는 ‘화이자 백신 보관 냉동고 온도관리기록부(2021년 2월)’가 붙어 있었다. 일별로 오전 9시~오후 5시에 온도를 기록하게 돼 있다. 이날 모의 수송훈련이 끝났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백스 물량은 지금처럼 물류센터에서 접종센터로 옮기게 된다”며 “곧 접종 훈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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