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확한 사과·샤인머스캣…올해 설에 먹게된 비밀은

2021. 2. 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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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저장’한 샤인머스캣 4일 처음 판매
설선물로 사과·배 대신 트렌드 과일 인기

1월 이후면 볼 수 없었던 과일, 샤인머스켓을 올해는 3월에도 맛볼 수 있게 된다. 사과나 배를 수확기와 관계없이 즐긴 건 오래됐고 요즘엔 장마철에도 수박을 한여름에 고구마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경기도 이천시의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지난 1일 찾아 계절에 상관없이 과일을 즐길 수 있게 된 비결을 들여다봤다.

1일 경기도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작업자가 CA저장 샤인머스캣을 상자에 담고 있다. CA저장 샤인머스캣은 4일 매장 판매를 시작한다. 사진 이마트


후레쉬센터 3층의 과일 선별포장 작업장에서는 이날 컨베이어 벨트가 연둣빛 과일을 쉬지 않고 실어나르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위의 샤인머스캣은 방금 전 농장에서 수확해온 듯 보였지만 실은 지난해 10월 따다 저장한 지 4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샤인머스캣을 저장한 것은 처음으로 '첫 CA(Controlled Atmosphere)저장’ 샤인머스캣인 셈이다. 이날 분류와 포장을 마친 샤인머스캣은 4일부터 판매한다.



1일 경기도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 과일 선별포장 작업대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진 이마트


사과 10개월, 샤인머스캣 6개월 신선하게 저장


샤인머스캣이 후레쉬센터의 CA저장고에 들어간 건 지난해다. CA저장은 저장고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멈춰 입고 상태 그대로 장기 유지하는 기술이다. 사과의 경우 이듬해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 10개월간 보관한다. 샤인머스캣은 일반적으로 2~3개월만 보관할 수 있지만 CA저장고에선 최대 6개월간 신선도를 유지한다.
CA저장 중인 사과. 사진 추인영 기자


설을 앞두고 후레쉬센터는 더욱 바빠졌다. 이즈음 후레쉬센터 작업 인력은 평소 60~80명에서 200~300명으로 늘어난다. 샤인머스캣 선별포장대에서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나란히 선 작업자들의 눈과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첫 번째 조가 흠집난 알을 골라낸 뒤 비닐에 싸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조가 나머지 포장과 중량 체크를 각각 하는 식이다. 이 과정을 거쳐 상자에 담기면 매장으로 떠날 채비가 끝난다.

이마트 후레쉬센터 내 CA저장고 문. 24시간 가동을 멈춰 대기 농도(산소 21%)를 맞춘 후에야 문을 열고 진입할 수 있다. 사진 추인영 기자


CA저장고의 안주인은 최장 보관을 자랑하는 사과다. 현재 가동 중인 CA저장고 7개 중 4개가 사과 전용이다. 지난해 새 둥지를 튼 샤인머스캣에 2개를 내줬다. 과일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다. 최근 설 과일 선물세트 중 사과ㆍ배의 매출은 2017년 59.7%에서 지난해 56.4%로 줄었다. 그 빈자리는 새 과일이 채웠다. 샤인머스캣 매출은 1년 새 125% 늘었다. 이마트는 샤인머스캣 설 선물세트를 지난해 1종에서 올해 5종으로 늘렸다.



장마에도 수박…한여름에 고구마


CA를 필두로 한 후레쉬센터의 저장 기술은 자연재해에 특히 빛을 발한다. 여름 장마에 취약한 수박이 대표적이다. 수박은 3일간 비가 오면 당도가 0.5~1브릭스 낮아지는데, 날씨와 상관 없이 수박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5~10도 저온다습이라는 수박 저장에 최적화된 환경을 찾아낸 결과다. 최장 장마로 잎채소 피해가 컸던 지난해 이마트 배추 가격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45% 저렴했던 것도 저장 기술 덕이었다.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즌리스’ 먹거리도 확대됐다. 올해는 겨울 별미 호박고구마를 여름에도 맛볼 수 있다. 후숙 호박고구마도 이마트가 자체 후숙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후레쉬센터 저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후숙하면 당도가 더 높아진다. 후레쉬센터는 신선 편의상품 등 고마진 상품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채소 소비가 늘어서다.

후레쉬센터 취급 물품 비중은 지난해 채소가 과일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대형마트로선 최초로 다진 마늘 사업장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동현 후레쉬센터 생산팀장은 “지금까지는 대량비축을 통해 기상을 극복하고 시즌을 연장한다는 점에 의미가 컸지만, 앞으로는 기상을 활용해 농산물 시세에 대응하고 시즌 파괴로 차별화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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