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외국선 건강보험 적용, 우린 언제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2.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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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야 블루오션 부상.. 미국·독일선 관련 수가 신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보험급여가 시작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과 보건의료 분야가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부상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보험급여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디지털 헬스케어 보험급여 적용이 가능할까?

◇코로나19로 가치 입증한 디지털 헬스케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행된 비대면 진료, 인공지능 폐 CT 영상 진단 등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진단과 치료의 정밀도,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장규모는 이미 2019년 1063억 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30% 성장을 통해 2026년 6394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확산, 의료 IT 인프라 확충, 보건의료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 및 인공지능의 발전은 진흥원의 예측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임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해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금은 2013년 대비 10배 이상 오른 140억 달러(약 15조4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 IT 시장조사 기관 KLAS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환자 상태 추적과 원격 모니터링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보험급여 시작한 美·獨,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육성방안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건강보험수가를 적용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아직 수가보상이 되는 국가는 드물다. 미국과 독일 정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수가가 신설되어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험청(CMS)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은 사례는 HeartFlow의 FFRCT가 있다. HeartFlow FFRCT는 관상동맥 CT 결과를 분석, 관상동맥 혈액 흐름 상태를 보여주어 혈관 조영술 검사가 불필요한 환자를 선별해주는 소프트웨어다. 건당 1450달러의 보험 수가가 인정되고 있다.

Viz.AI의 뇌졸중 소프트웨어인 Viz ContaCT도 있다. Viz.AI는 뇌졸중 환자의 급성 치료를 간소화해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 상태를 개선하며 입원 기간을 줄이며, 시술 횟수를 늘림으로써 임상 및 재정적 결과의 개선을 입증한 소프트웨어다. AI 소프트웨어 최초로 신기술 추가 지불보상을 인정받아 Viz ContaCT는 사용 건당 최대 1040달러의 추가 보상이 이뤄진다. 병원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을 통해 추가보상을 받을 수 있어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다.

독일은 지난 2019년 11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통과시켜 디지털헬스 앱을 법정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으로 포함해 의사가 환자에게 앱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증적 의료 효과 관련 입증자료가 부족한 업체의 경우 잠정 등재 신청을 가능하게 해 12개월 동안의 시험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있다.

독일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하에 elevida, velibra, somnio 등의 제품이 정식 수가를 부여받았다. 해당 앱은 각각 다발성 경화증, 공황장애, 불면증에 사용되는 디지털헬스 앱으로 수가는 464,00~743,75유로 수준으로 책정됐다.

우리나라는 2020년 9월 기준 총 53개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정식 수가가 인정된 디지털 헬스케어의 사례는 없다. 디지털헬스 앱에 대해 국내에서는 수가 관련 제도는 확립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영상의학분야 AI기반 의료기술 ▲3D 프린팅 이용 의료기술 ▲병리학분야 AI 기반 의료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판단 기준 등을 제시하고, 사례에 따라 급여를 추가가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안내하는 수준이다.

◇난관 많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급여화, 희망 있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언제쯤 정식 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수가 체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치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는 우리나라 보험체계 특성상 정식 수가 책정은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어 EMR 등 인프라 성격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수요처인 병원에서 비용을 부담할 수 있기에 당장 급여가 되지 않더라도 활성화될 수 있지만, 개별 환자에게 적용되는 제품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비용문제로 인해 현장에서 사용되기엔 한계가 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사용될 기회를 얻기 어렵다.

산업계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이며,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술이 해외에 뒤처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정식 급여화 방안을 검토해야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혁신적 의료기술 요양급여 가이드라인'은 기존 의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있으면서 비용효과성까지 입증한다는 근거가 있어야 급여를 인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급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현장에서 일정 수준의 충분한 근거가 쌓여야 하는데,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보니 근거를 만들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급여화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급여화를 위해 민관협력이 특히 잘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팀 정유성 연구원은 "인공지능 병리·영상진단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에 대해 업계는 과도하게 엄격하다고 하지만 해외사례를 볼 때 불합리한 수준도 아니고, 보험재정을 고려할 때 급여신설을 위한 일방적인 가이드라인 완화 등은 어렵다"고 밝혔다. 정유성 연구원은 "해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도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수익모델 발굴하고 있음을 참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와 수가 시스템을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때 현장의 의견을 많이 듣고자 하니 앞으로 의견수렴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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