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까지 예방한다는 아스피린..'건강한 사람은 득보다 실' 결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1. 2. 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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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규모 연구 3편서 논란 마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40대 직장인 A씨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는 게 노후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다는 뉴스를 보고 복용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스피린 복용으로 유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기사를 봤다. A씨는 아스피린을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100mg 이하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대한 논란은 의료계 안팎으로 분분하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40~50대 이상이 매일 복용하는 건 심혈관질환은 물론 각종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돼 왔다. 하지만 동시에 출혈 위험을 높이기도 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처방전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스피린인 만큼 사람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해야 할까? 지금까지 연구 결과론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최근까지 계속되는 치열한 공방

연구 결과만 모아보면 논란의 승자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까지도 모순된 결과의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를 말하는 기사를 보면 아스피린은 만병통치약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송인애 교수 연구팀이 40세 이상 남녀 4만2444명을 5년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질환을 포함해 아스피린 복용 그룹의 사망률이 유의적으로 낮았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팀이 한국인 약 1300만명을 대상으로 8년 추적한 연구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폐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외에도 대장암, 난소암, 위암, 치매, 조산 등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연구가 있다.

위험하다는 기사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40세 이상 남녀 26만 1065명을 4년간 관찰했더니 뇌경색 발생 위험이 70%나 더 높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이 미국인 20만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은 남성 흑색종 위험을 2배 더 높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건강한 고령층의 암 사망률, 심장 질환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으며,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건강한 사람에겐 득보다 실이 커

의견이 분분한 연구 결과와 다르게 전문가들은 통일된 입장을 제시했다. 건강한 사람이 노후 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최철웅 교수는 “논란의 여지가 아직도 조금 있지만, 2018년 유럽심장학회와 2019년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최근 논란이 정리돼가는 추세”라며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예방 효과를 노린 아스피린 처방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심장학회에서는 당뇨병을 동반한 질환자에게 자렐토와 함께 저용량 아스피린을 병용하는 것만 권고했고, 건강한 사람에겐 권하지 않았다.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에서도 ‘아스피린은 건강한 사람의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최종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드물게(infrequently)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가장 신뢰성이 높은 연구는 임상시험에서 실험자에게 무작위로 위약과 실험 약을 제공해 비교하는 무작위대조시험(RCT)이다”며 “RCT로 아스피린 복용이 좋다고 밝혀진 게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유전적으로 출혈 위험이 높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논란의 ‘게임체인저’는 2018년 대규모의 무작위대조시험 연구(RCT) 3편이었다. 이들 연구에서 모두 중증도 위험군, 당뇨병 환자, 노인, 건강한 사람 등 그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도 위장관 출혈 부작용을 감수하고 복용할 만한 효과는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심혈관질환자는 반드시 지속해서 복용해야

다만 심혈관질환자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지속해 복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 최철웅 교수는 “심혈관질환자는 동맥을 확장하기 위한 기구인 스텐트를 혈관에 넣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혈액 찌꺼기가 끼고, 끼다 보면 혈관이 막힌다”며 “저용량 아스피린이 혈관 막힘 현상을 방지해준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하다 중간에 끊으면 계속 복용하는 사람보다 3년 안에 심장발작 또는 뇌졸중을 겪을 확률이 37%나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혹여 피가 나는 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아스피린 복용을 쉽게 끊지 않는 것이 좋다. 발치나 내시경 등 소량의 출혈이 예상될 때는 계속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게 낫다. 최철웅 교수는 “피가 많이 나는 개복 수술 등을 할 때는 5~7일 전에 약을 끊고, 수술 후 2~3일 이내에 다시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며 “담당 전문의와 건강 상태에 대해 충분히 상담한 후 수술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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