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방치사망 사건' 피해자 여친 "짐짝처럼 옮기더라"

최민우 2021. 2. 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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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A씨가 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아르바이트 동료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모텔로 옮겨져 방치돼 숨진 20대 남성의 여자친구가 SNS에 올린 글이 알려지면서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자친구 A씨는 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3월 5일 재판이 열린다. 사건이 더 이슈화돼 오빠(숨진 남자친구 B씨)가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수 있게 가해자 다섯 명 모두 응당한 벌을 받으면 좋겠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A씨는 “3달 전 눈앞에 차갑게 식어있던 오빠의 몸을 만지며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가 119를 부르던 그 날. 소방관에게 제발 살려달라며 무릎 꿇고 빌었던 그 날 오빠와 나 둘뿐이던 내 세상은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중학교 선배던 오빠는 내 첫사랑이었다. 오빠가 우연히 같이 탄 수련회 버스에서 ‘너 너무 귀엽다’고 말한 그 한 마디를 6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고등학생이 되며 만날 길이 없었지만, 지난해 4월 우연히 다시 만나 우리는 연인이 됐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 “오빠는 늘 자기 자신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았다. 우산이 하나밖에 없어도 비를 맞고 가는 할머니에게 우산을 건넬 만큼 마음씨가 착했다”며 “나는 그런 오빠와 결혼하고 싶었고 함께 할 미래를 꿈꾸며 너무 행복했지만, 오빠는 이제 내 곁에 없다”고 슬퍼했다.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11시40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주점 인근에서 아르바이트 동료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모텔로 옮겨져 방치돼 숨진 20대 B씨의 유족이 경찰로 부터 받은 사실확인원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 캡처


A씨는 사건 이후 가해자들이 거짓말로 유족들을 우롱했다고 분노했다.

A씨는 “오빠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을 사무치게 미워하며 엄벌탄원서를 받으러 다녔으며, 난생처음 가본 추모공원에 걸린 오빠 사진을 보고 목놓아 울어야 했다”면서 “오빠를 보낸 슬픔을 달랠 틈도 없이 사건 해결에 뛰어들어 가해자들의 추악함을 마주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다섯 명은 오빠의 아르바이트 동료였다. 오빠는 ‘밤 시간대가 무섭다’는 동료를 위해 근무 시간을 바꿔 줄 정도로 그들을 위했지만 그들로 인해 오빠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며 “가해자들은 장례식장에 와 ‘폭력은 전혀 없었고, 자기 혼자 머리를 부딪친 것 같다’며 유족을 우롱했지만 CCTV는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고 적었다.

A씨는 “주 가해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영상이 밝혀지자 폭력을 인정하며 ‘술을 먹고 언성이 높아져 때렸고 잠을 자길래 모텔에 재웠다’고 진술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언성이 높아진 적 없었다’고 했다”며 “영상에서 오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가해자가 갑자기 오빠를 잡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 번도 누구와 싸워본 적 없던 오빠는 싸우지도 않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라며 “한 대라도 때리지, 제발 한 대라도 때리지.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과 분노는 참을 수 없이 커졌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동료 모두 오빠가 쓰러진 것을 봤고, 의식이 없음을 인지했지만 그 사람들은 오빠를 그저 눕혀놓고 ‘어쩌지’하며 모의를 하고 있더라”며 “이후 그들은 오빠를 짐짝처럼 옮겼고 그러다가 떨어트리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오빠의 머리 상처가 뒤쪽뿐만 아니라 측면에도 그렇게 심했던 건”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연락이 끊겨 이상함을 느낀 내가 오빠에게 전화 수십 통을 했지만, 오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가해자 중 한 명은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들이 전화만 받았어도 오빠는 지금쯤 내 곁에 있을까?”라며 “그 순간 내가 달려나가 오빠를 병원에 데려갔다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하루에도 수백 번씩 이런 생각을 한다. 다음 날 아침에야 온 연락을 받고 뛰어간 곳에서 나는 이미 숨이 멎어 온몸이 굳은 오빠를 마주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DB


A씨는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일행 4명 모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진심 어린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가해자들이 첫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에서야 ‘사과하고 싶다’며 연락을 했다. 오빠에게 미안해서가 아닌, 어떤 큰 벌을 받게 될지가 무서웠던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달 또 한 번의 재판이 열린다. 그때는 오빠가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수 있게 다섯 명 모두 응당한 벌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는 전부였던, 그리고 너무 사랑했던 우리 오빠. 힘들고 어려운 건 내가 다 할 테니 오빠는 그곳에서 먼저 행복해주라”라며 “나도 가해자들이 마땅한 벌을 받으면 꼭 행복해지겠다고 약속할게. 우리 꼭 다시 만나자”라며 글을 맺었다.

이 글은 3일 오후 기준 공감 2만2200건과 댓글 8700여개, 공유 2200여건이 넘는 등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A씨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11시40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주점 인근에서 발생한 폭행치사 사건으로 추정된다.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가해자 C씨(24) 등 5명은 술자리에서 B씨를 폭행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인근 모텔로 옮긴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B씨는 12시간 넘게 방치돼 결국 세상을 떠났다.

C씨는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나머지 일행 4명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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