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관사 터, 지하 취조실..남산예장자락 역사재생 현장 가보니
“이 곳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사, 광복 뒤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 6국이 있던 자리입니다.”
3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관 건너편에 조성된 남산예장자락 녹지공원. 115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남산예장자락 녹지공원 한가운데 놓인 쪼개진 원형 철판에 새겨진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남산예장자락 역사재생 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을 그대로 보존한 ‘유구터’에 놓여진 조형물이다. 녹지공원에서 보행교를 따라 남산공원으로 가다보면 일제강점기 통감관저터가 나온다. 1910년 8월 22일 3대 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와 을사5적의 한명인 이완용 총리대신이 강제병합 조약을 조인한 경술국치의 현장이다. 이처럼 남산은 일제에 의해 철저히 훼손된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유구터 바로 옆에는 남산예장자락의 핵심공간인 ‘기억6’이 있다. ‘기억6’은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설치된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 조성됐다. 중앙정보부 6국은 학원 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는데 중앙정보부 내에서도 혹독한 고문과 취조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때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오는 4월 3일 당시 고문피해자 10명을 초대해 역사의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은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1995년 매입했고, 이후 서울시청 남산2청사로 사용되다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을 통해 2016년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는 모두 철거됐다. 과거 역사와 소통하자는 의미를 담아 빨간 우체통 모양으로 건립된 ‘메모리얼 홀’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공간이다. 지하1층엔 옛 중앙정보부의 지하고문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녹지공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광장 부근에 조성된 소나무숲인 ‘예장숲’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이름 붙인 한그루가 눈에 띈다. 이 소나무는 지난 세월 고난을 이긴 우리 민족의 모습을 형상화한 곡선이 있는 소나무로, 남산 예장자락의 대표 소나무다. 전북 고창에서 이식해왔다. 서해성 총감독은 “독립운동가가 나라를 찾으려는 간절함으로 불렀던 애국가의 한 구절로 나무 이름을 지어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녹지공원 하부의 ‘우당 기념관’은 전 재산을 조국독립에 헌신했던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오는 5월 개관한다. 우당 기념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달려 있는 원통 모양의 테라코타가 눈길을 끈다. 서해성 총감독은 “봉오동전투의 주역인 신흥무관학교 학생 3300명을 기리는 마음으로 조성했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450명의 신흥무관학교 학생 이름은 기념관 벽에 새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공원은 역사현장을 재생한 곳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쉴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녹지공원에서 남산터널 쪽으로 나무데크를 걷다보면 건너편 명동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서울의 야경을 즐기는 명소이자 포토존으로 제격이다. 아울러 과거 남산자락에 흘렀던 실개천의 흔적을 되살린 인공실개천 ‘샛자락쉼터’에서는 남산의 옛 생태를 기억하며 쉬어갈 수 있다.
남산예장자락은 친환경 보행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차가 달렸던 남산1호터널 입구 지하차도는 보행전용터널로 변신해 명동역에서 남산예장자락까지 걷는 길로 연결한다. 또 녹지공원 하부에는 그동안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불편과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버스주차장이 조성돼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3월 도입하는 친환경 ‘서울 녹색순환버스’의 주차장·환승장으로도 이용된다. 전기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8면)도 마련돼 있다.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은 “오늘 처음으로 이곳에 와봤는데 기대 이상이다. 자연경관도 경관이지만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우당기념관을 통해 역사를 생각할 기회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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