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활동가 모임 등 "미얀마 군부,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윤성효 2021. 2. 3. 15: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사 쿠데타에 성명 발표.. 경남이주민연대회의, 한국 버마 활동가 모임 등 공동

[윤성효 기자]

 미얀마 군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선거 사기'(election fraud)에 대응하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인사들을 구금을 했다"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 연합뉴스/EPA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 민주주의에 가장 크게 헌신하는 방법은 지금 당장 어떤 정치에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미얀마(버마) 군사 쿠데타에 대해 경남이주민연대회의(상임대표 이철승)와 NLD 한국지부(대표 양나잉툰), 한국 버마 활동가 모임(대표 조모아), 경남 미얀마교민회(회장 네욤)가 이같이 밝혔다.

미얀마 군부가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한국에 있는 이주민단체와 미얀마 관련 단체들이 입장을 낸 것이다.

이들은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민족민주동맹)는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승리해 '문민정부 2기'를 열었으나,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며 "결국 비상사태 속에 정세는 악화되고 있으며 도시에서의 연락이 두절되는 등 안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경남이주민연대회의, NLD 한국지부, 한국버마활동가모임 등 단체들은 미얀마 군부를 향해 "쿠데타 중단과 민주정권 이양에 협조"를 요구했다.

미얀마 군부에 대해, 이들은 "쿠데타를 중단하고 선거 결과를 인정하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이양에 협조하라", "긴급정부 구성을 해체하고, 체포·구금 한 인사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군부가 발표한 모든 조치는 법적으로 무효이니 즉각 폐기하고 쿠데타 세력은 권력에서 일체 손을 떼라","해외 민주인사들과 그 가족들의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라"고 했다.

다음은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서' 전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즉각 중단하고 민정에 권력을 이양하라

거짓말 같은 미얀마 군사정변 소식에 경악과 분노를 이길 수 없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습적인 군사쿠데타는 축복받은 대자연의 나라이자 역경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이방인을 환대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수십 년 전 암흑으로 돌이키고 있다. 민간정부를 뽑은 국민의 선택이 부정선거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는 군부정권의 엄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한 NLD(민족민주동맹) 인사들의 체포나 구금 등, 모든 것이 2010년 이전의 미얀마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역류를 바로잡는 데 전 세계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경남 지역 이주민은 군부가 불법적으로 장악하던 미얀마와, 선거에서 합법적으로 이긴 민간정부가 국가권력에 참여한 미얀마가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다. 한국을 비롯하여 해외로 망명한 수많은 정치 난민들, 외신 기자까지 살해하는 악명 높은 언론 박해, 경제제재가 야기한 세계 최빈국 수준의 빈곤, 처참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나라 밖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행렬, 아시아 민주주의 도정에 역행하는 수치스러운 나라. 이것이 군부 정권이 만들었던 미얀마의 표상이었다. 그 미얀마가 아직은 부족하고 실망스럽더라도 민주주의 도정으로 조금씩 나아가면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실험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 벼락같은 군부 쿠데타 소식은 수십 년 동안 미얀마 국민들이 피로써 일구어왔던 역사를 하루아침에 흙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처사에 불과할 것이다.

전 세계는 군사 쿠데타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경우 군부가 유혈 사태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슴 조이고 있다. 이주민으로서 우리는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정치가 낙후하고 민주주의가 도전받을 경우 시민 개개인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가하는 고통이 극도의 생계 박탈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점에서, 태어나고 자란 본국에서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희망을 찾아, 자식에게 나의 삶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는 땅을 찾아, 아무 연고도 없는 머나먼 한국으로 이주한 우리들은 미얀마 사태가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지 않아서 더욱 가슴 아프다. 미얀마 또한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국민들이 두뇌유출이나 노동이주로 나라 밖으로 떠돌거니와, 그나마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는 국경 밖으로 이주할 기회조차 없이 노예 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미얀마는 아동노동 금지에 애쓰겠다는 정부의 다짐과는 별개로 현재 1백만 명이 넘는 아동이 가난한 부모를 부양하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고, 그 중 60만 명은 매우 위험한 일에 투입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미얀마의 아동노동 상황은 더욱 험해지고 있다고 국제노동기구는 보고한다. 여기에다 쿠데타로 경제제재를 당한다면 미얀마 국민들의 처참한 빈곤은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지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우리는 미얀마 군부에게 경고한다. 부디 오판을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말고 물러가라.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쿠데타 소식을 접하는 지금 더 이상 낡은 방식의 군사정변은 통하지 않는다. 군부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민간정부에 협력하라. 군부가 탱크와 총칼로 할 일은 민주주의를 약탈하고 짓밟는 데 있지 않다. 오랜 정치적 역경에 단련된 미얀마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더이상 군부 세력의 총칼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 정치와 민주주의는 미얀마만의 것이 아니다. 미얀마는 전 지구적 차원의 민주주의 실험대로서 세계의 눈이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의 고통은 아시아 전체, 나아가 전 인류의 고통이기도 하다.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민주주의에 가장 크게 헌신하는 방법은 지금 당장 어떤 정치에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들이 권력의 전면에서 후퇴할수록 미얀마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가까워졌다. 당신들이 불법적으로 찬탈한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라.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선거는 오로지 민주주의에 단련된 미얀마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다. 미얀마의 정치와 비슷한 수준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나라에서 이주한 우리 아시아 이주민들은 미얀마 국민들을 지지하고 한국 내 2만 7천여 미얀마 이주민들과 자매형제의 마음으로 굳건히 함께할 것을 천명한다. 세계시민의 심성을 갖춘 한국 시민들의 동참을 적극 기대한다.

우리의 요구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중단하고 선거 결과를 인정하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이양에 협조하라.
-미얀마 군부는 긴급정부 구성을 해체하고, 체포·구금 한 인사들을 즉각 석방하라.
-미얀마 군부가 발표한 모든 조치는 법적으로 무효이니 즉각 폐기하고 쿠데타 세력은 권력에서 일체 손을 떼라.
-미얀마 군부는 해외 민주인사들과 그 가족들의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라.

2021. 2. 3. 경남이주민연대회의(경남이주민센터, 김해이주민의 집, 네팔교민회, 몽골교민회, 미얀마교민회, 방글라데시교민회, 베트남교민회, 스리랑카교민회, 우즈베키스탄교민회, 인도네시아교민회, 일본교민회, 중국교민회, 캄보디아교민회, 태국교민회, 파키스탄교민회, 필리핀교민회), NLD 한국지부(대표 양나잉툰), 한국 버마 활동가 모임(대표 조모아), 경남 미얀마교민회(회장 네욤), 주한 네팔협회(회장 수베디 여가라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