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000억원 내고 '갑질' 처벌 벗어났다
국내 이동통신 3사에게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갑질한 애플코리아(이하 애플)가 1000억원 규모의 소비자·중소사업자 상생지원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3일 애플이 위법 여부를 따져 과징금을 내는 대신 자진시정을 진행하는 내용의 동의의결을 확정했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사업자가 내놓은 자진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애플이 이통사들로부터 광고 비용과 보증 수리 촉진 비용을 받고, 단말기 소매 가격 결정과 광고 활동에 관여한 행위 등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2016년 6월 조사에 착수했으며, 2018년 4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보낸 뒤 3차례 전원회의를 열었다. 애플은 3차 심의 후인 2019년 6월 자진시정안을 준비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애플은 시정 조치와는 별개로 소비자의 후생 제고와 중소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투입한다.
동의의결 협의 과정에서 애플이 처음 제시한 금액은 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 사건으로 제재까지 나간 곳은 대만이 유일하고 벌금이 8억원이다"며 "현재 프랑스는 경쟁 당국이 소송을 진행 중인데 부과금액으로 제시한 규모가 650억원이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은 기금 중 400억원을 투자해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일본·중국·이스라엘에서 R&D 지원센터를 운영 중인데, 우리나라 센터는 제조업에 특화한다. 중소기업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또 250억원을 들여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 연간 약 200명의 교육생을 선발해 9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대학 등과 협업한다. 이밖에 사회적 기업의 교육 사각지대 및 공공시설 디지털 교육 지원에 100억원, 아이폰 고객 대상 유상 수리비 할인 및 보험 상품인 '애플케어'의 혜택 도입에 250억원을 투입한다.
이에 아이폰 이용자들은 유상 수리비를 10% 할인받을 수 있게 됐다. 이통사에서 운영하는 수리센터에서도 동일한 혜택이 적용된다. 이는 애플케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애플케어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10%의 비용을 환급받는다.
일부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처벌 수위에 '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동의의결은 원칙상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기업을 봐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장기간의 소송전을 거치는 것보다는 동의의결로 신속하게 거래 질서를 개선하고, 피해 구제를 도모하는 게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에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3년간 애플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매 반기별로 보고를 받고 관련 기관에도 해당 내용을 공유한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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