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반대하는 난민법 개정안.. 법무부는 왜 밀어붙이나

공익법센터 어필 2021. 2. 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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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추방인가?] 법무부 2020년 난민법 개정안 연속 분석 ⑦ 국내외 우려의 시선

[공익법센터 어필]

이른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가 사회적 논란이 됐던 2018년, 난민법 개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됐다. 발의된 법안은 모두 난민신청과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취지였고, 아예 한국에서는 난민신청을 못하게 하거나 난민법을 폐지하자는 극단적인 제안도 법안의 형태로 공론장에 올라왔다. 대중의 격렬한 반대 여론을 조급하게 반영한 이 법안들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 시도도 그 무렵 시작됐다. 당시 추진한 난민법 개정안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2019년 4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모두 정부 측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회신했다. 즉, 난민법이 법무부 의도대로 개정되면 난민신청자의 권리가 제한되어, 제대로 된 심사를 받지 못하고 강제 퇴거될 위험이 있어,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애초 입법취지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나 유엔난민기구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성급하게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많은 이들은 2018년에 넘실댔던 난민 반대 여론을 틈타 정부가 재빨리 난민법을 개악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졌다.

2년동안 바뀐 것 : 난민인정률의 급감, 허위난민면접조서 사건의 전모 공개 
 
 난민면접 조작사건에 관한 국가인권위원의 권고 환영 기자회견.
ⓒ 공익법센터 어필
 
2년이 지난 2020년 12월,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일부 문제적인 조항이 수정되었으나, 2018년부터 법무부가 추진한 난민법 개정안과 현재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심사하고 이의신청 기회를 제한해 최대한 빨리 송환하겠다'는 목표의식은 여전히 뚜렷하다. 마치 난민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2018년과 제반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없지는 않다. 먼저 난민인정률이 바뀌었다. 그동안 세계 최저에 가까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계속 곤두박질 쳐 2019년에는 급기야 0.4%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였다. 2020년의 난민인정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명이 난민신청하면 1명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모두 체류자격을 연장하려는 목적으로 난민 신청하는 자, 즉 "가짜 난민"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모든 난민 지원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은 난민 사유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증거가 부족하여",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여", "박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난민지위가 인정되지 못한 난민들을 직접 알고 있다. 한국에서 불인정된 후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가장 난민신청자의 수가 많고, 반면에 난민인정자는 0명에 달했다. "제도 남용하는 자가 많다"라는 주장의 근거처럼 운위되는 국가 -카자흐스탄, 러시아, 중국 등- 출신 난민신청자들도, 타국에서의 난민인정률은 두자리수인 경우가 많다. 일선 심사 현장에서는 "설마 그런 나라에서 난민이 오겠어요 다 돈 벌러 오는거지"라고 단정하는 시각이 크나, 사실과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이런 법무부의 실무적 시각에 기인하여, 2018년 러시아 출신 난민신청자는 이의신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단 한 명도 인정받지 못했으나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신청자 중 12%,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는 50% 내외, 네덜란드에서는 무려 54%가 인정받았다. 카자흐스탄 출신자의 난민신청 역시 미국에서는 35%, 캐나다에서는 무려 82%가 인정됐다. 한국은 모두 0%다.

법무부의 오해처럼 유독 한국에서만 '가짜 난민'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난민심사가 과연 난민협약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난민지위가 불인정된 난민은 천운으로 자신을 돕는 활동가나 변호사를 만나지 못한다면 법무부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 난민법이 개정된다면 이들은 재신청을 통해서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방도가 없을 것이다.

'허위 난민면접조서' 사태의 전말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도 2018년의 상황과 다르다. 앞선 기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도 남용 금지와 신속심사의 기치 아래 밀어붙인 심사적체 해소 정책은 2015년~2017년 사이의 다수의 '허위 난민면접조서 작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법무부는 관련 책임자는 징계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다시 '제도 남용 금지'와 '신속한 심사'를 난민법 개정의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의 공정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못하는 신속한 심사가 최악의 경우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법무부의 태도도 보다 강경하게 바뀌었다. 2018년 예멘 난민들에 대한 일각의 추방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모른다. 현장 활동가들에 의하면, 난민인정절차의 결재 과정은 더욱 길어졌고, 난민신청자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을 회수하고 출국을 명하는 지침은 보다 강경해졌다.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공항의 난민신청절차에서도 갑자기 환승객에 대해서는 난민신청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석을 변경하며, 한 난민을 1년 넘게 공항에 방치하고 있다. 난민법 개정안을 실제로 제출한 것 자체도 법무부의 보다 강경한 입장으로의 선회를 보여주는 증거다. 

2년동안 바뀌지 않은 것 : 국내외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변함없는 우려
 
 제7회 APRRN 총회 현장
ⓒ APRRN 사무국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주요 기관들의 입장이다. 입법예고 전 법무부 실무자들은 법안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방문하였으나, 반대 입장만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의 골자가 바뀌지 않았으니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바뀔 것이 없다. 유엔난민기구는 입법예고 직전에야 법안의 내용을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시 난민협약의 확립된 해석에 반하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난민법의 입법취지 측면에서도, 난민신청자들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난민협약의 준수 측면에서도 모두 반대표를 받은 셈이다. 국제 시민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난민지원단체들의 연합체인 아시아-태평양 난민권리네트워크(Asia-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는 2020년 12월 말 성명서를 발표하여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 시도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국내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대하고, 변호사협회도 반대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반대하고, 유엔난민기구도 반대하며, 아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백개의 난민단체들이 한국의 난민법 개정문제를 주목할 만큼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종합하면 이렇다. 법무부는 2018년 폭발적이었던 대중의 난민 반대 여론에 힘입어 난민법 개정안을 추진하려고 하였고, 지금도 그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년여간 국내 난민심사절차의 문제점은 오히려 더 부각되었고, 섣부른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2년 전의 즉각적인 반대여론도 가라앉은 지금이야말로 차분히 국내 난민심사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해 사회적 총의를 모을 적기이다. 명확한 반대의 목소리들을 무릅쓰고 급하게 추진하는 난민법 개정안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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