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승자가 되려면

이동우 2021. 2. 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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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병원균에 의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인류 문명의 불평등과 흥망성쇠를 가져온 원인 중의 하나로 꼽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도 다이아몬드 교수의 역사적 사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4류가 일류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반복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는 패자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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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병원균에 의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인류 문명의 불평등과 흥망성쇠를 가져온 원인 중의 하나로 꼽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도 다이아몬드 교수의 역사적 사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삶, 사회생활, 생산방식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디지털 전환에 앞서가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와의 간극은 점점 벌어질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은 기업이다. 비대면(언택트)에 디지털이 결합한 온택트 서비스업이 급부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조, 물류, 모빌리티, 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자동화, 무인화, 인공지능(AI)화가 급속히 촉진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AI, 5G, 클라우드 등 여러 기술이 융합돼 진행된다. 승자가 독식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기업 간 합작투자와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오래전부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결과다. 4차 산업혁명의 길목마다 투자하고 때를 기다려 온 위대한 기업가들의 선견지명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빛을 발휘하고 있다.

경영학의 거두 피터 드러커 교수는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완성된 나라로 한국을 꼽는다.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갈수록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곤 있지만, 기회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불확실한 위험 속에서 혁신을 실천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문제는 정치와 정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을 다시 짜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으로 들어와 공장을 세우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고, 미국 기업들과 가치사슬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반(反)시장적 법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를 통과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새롭게 만들어진 규제가 8600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최고경영자(CEO)에게 적용되는 법안이 2200개가 넘는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최근 통과된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갖고도 CEO를 61년간 교도소에 가둘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사업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부와 국회가 만들고 있다.

이윤의 많고 적음과 가격·임금·임대료·이자율 등 시장가격의 높고 낮음을 정부가 판단하고 조정하는 국가는 사회주의국가를 빼곤 찾아보기 어렵다. 선의로 포장된 정책일수록 기업할 유인, 투자할 유인, 노동할 유인을 저해하고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 모두가 가난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초일류로 성장했지만 정치와 관료조직은 여전히 4류와 3류에 머물고 있다. 4류가 일류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반복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는 패자로 기록될 것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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