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유일 흑자 '오아시스'..HMR PB 홈런 치며 대박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마켓컬리, 쿠팡 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유통 대기업도 속속 참전하기 시작했다. 활황이지만 아직 흑자를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이런 와중에 마켓컬리나 쿠팡보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70억원을 올린 새벽배송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2019년 영업이익이 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도 뚜렷하다. 주인공은 ‘오아시스’.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춘추전국시대에 어떻게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걸까.
▶오아시스, 어떤 회사
▷상장사 지어소프트가 모회사
오아시스는 상장사 지어소프트의 자회사로 2011년 우리네트웍스가 모태다. 창업주 김영준 지어소프트 대표가 유기농 유통 산업에 관심을 두고 ‘우리생협’이라는 협동조합 모델의 오프라인 매장 사업으로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른다. 현재는 ‘우리생협오아시스’라는 이름의 매장이 수도권 중심으로 39곳에 펼쳐져 있다.
일반 온라인 소비자에게 마켓컬리 대항마로 알려진 ‘오아시스마켓’은 모회사 지어소프트 지원을 바탕으로 1년여 준비 끝에 2018년에야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오아시스마켓은 짧은 시간 내 무섭게 성장했다. 온라인몰 출범 전인 2017년에는 오아시스 매출액이 787억원이었는데 온라인몰 본격 가동 후인 2019년에는 매출액 1424억원, 영업이익 9억여원을 올렸다. 하나금융투자는 2020년 매출 추정치를 3196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91억원으로 예상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온라인 새벽배송 부문에서 SSG, 마켓컬리에 이어 3위 회사로 분류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새벽배송 하루 주문 건수 2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흑자 기조 유지 비결은
▷TV CF 비용 아껴 좋은 가격에 판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거래액 증가에 비례해 흑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을까. ‘우리생협오아시스’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비자의 요구와 수요 등을 온라인몰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옴니 채널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점이 첫번째 비결로 꼽힌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하면서 ‘생산자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상품을 직매입하고 마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설계했다. 상품 기획·재고 효율화의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모회사 지어소프트의 주문, 결제, 물류 통합 시스템을 활용해 한 고객이 여러 물건을 사도 하나의 박스에 담아 보내는 ‘합포장’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일궈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최우식 오아시스 대표는 “TV CF에 돈을 안 써도 입소문으로 재구매율이 일어나니 마케팅비, 판관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흑자폭이 늘어나는 구조가 이렇게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HMR(가정간편식) PB(자체 브랜드) 비중을 확대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특히 유기농, 친환경 재료를 바탕으로 만든 PB브랜드 ‘오아시스반찬’이 효자 상품이다. 자사 공장에서 무항생제 소불고기부터 계란찜, 육개장까지 다양한 제품을 직접 개발해 판매한다.
회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맛으로도 유명한 오아시스 곰탕이 대표 상품이다. 추어탕 등 국 종류와 순두부찌개 등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HMR PB상품은 지난해 연말 기준 일 매출 2500만원, 한 달 매출 6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2020년 4월에 첫선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오아시스 HMR 제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HMR PB상품 목표 매출액은 15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IPO도 추진
▷NH투자증권 주관, 카카오도 투자
최근 오아시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이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월 기준 218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여세를 몰아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증권가 기대도 높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오아시스는 코로나19로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걸맞은 수혜를 보고 있다. 가격 차별화, 신규 상품 확대로 기존 고객 재구매율이 90%라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로 들어온 만큼 향후 카카오와 제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물론 변수도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몰 특성상 고객 체류 시간을 잡기 위해 유기농 신선식품 외에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추가할 수 있는데 이때 기존 선발 주자와 출혈 경쟁해야 할 소지가 농후하다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인터뷰 | 한문경 오아시스 상품기획담당 이사
자체 공장 보유…유명 맛집 HMR 전환 돕겠다
A 오아시스의 기본적인 방향성인 좋은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친환경, 유기농, 청정을 고려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1월 말 기준 130여가지의 간편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자체 브랜드 ‘오아시스반찬’이 대표적이다. 현재 자체 제조, 운영하면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레시피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Q.다른 곳과 차별화하는 HMR 전략은 뭔가.
A 오아시스반찬 카테고리 외에 RTH(Ready to Heat), RTE(Ready to Eat), RTC(Ready to Cook) 3가지 카테고리를 검토하고 있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외식 업체나 유명 레스토랑 등의 상품을 HMR화할 수 있게 개방하려 한다. 수시로 입점 업체, 협력사를 찾아 다니거나 제안받고 있어서 상품군은 계속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오아시스반찬 카테고리에서 매출 15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Q.HMR은 어떤 트렌드로 진화할 것으로 보나.
A HMR 상품에 대한 고객 인식이 기존에는 한 끼 떼우기 위한 단순한 즉석 식품에서 프리미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성분이나 첨가물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 피드백하는 고객이 많아서다. 더불어 코로나19나 1인 가구 증가 여파도 유심히 보고 있다. 오아시스는 친환경 유기농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전문기관과 협력해 건강식단을 정기배송하는 ‘메디밀’ 등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제품을 선보일 것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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