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언론자유 크게 훼손".. 이 판결문 나오기까지

김병기 2021. 2. 3. 12: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 10만인] 손배소송에서 승소한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

‘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을 찾아나서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병기 기자]

 조계종단으로부터 '해종언론'으로 찍힌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
ⓒ 유병문
 
"광고 제로, 오늘이 1906일째입니다."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의 말이다. 21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소회를 물으려고 전화했더니 그는 되레 고통을 호소했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15일 <불교닷컴> <불교포커스>가 조계종과 <불교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언론에 각각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간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지난 2018년에 불교계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악성 인터넷 매체에 대한 공동 대응 지침'을 게재했다. 이 대표는 조계종이 이 지침을 공지하면서 "국가정보원과의 정보거래 및 결탁 의혹 등으로 조계종으로부터 해종매체로 지정된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기재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판결문] "조계종은 취재방해... 언론 자유 크게 훼손"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15일 <불교닷컴> <불교포커스>가 조계종과 <불교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언론에 각각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판결문 파일 일부 갈무리.
ⓒ 법원
 
또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도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가 국가정보원과 결탁한 언론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두 언론을 비판하는 기사를 계속적으로 게재해 사회적인 평가와 명예를 훼손했다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위자료 산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들은 원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매우 긴 기간 동안 취재 활동을 막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한 점,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운영하는 언론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크게 훼손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법원은 조계종단이 특정 매체를 '해종(害宗:종단에 해를 끼치는) 언론'으로 규정해 취재활동을 막은 행위가 언론 자유를 크게 훼손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총무원이 우리 매체에 대해 '국정원과 결탁했다'는 입장문을 내면 불교계 언론들이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고, 일부 불교단체들이 이를 받아 성명서를 내면 언론들이 이를 또다시 받아쓰면서 '악질적인 프레임'을 만들어왔다"고 성토했다.

[가혹한 '5금' 조치] 취재 금지, 출입 금지, 광고 금지, 접촉 금지, 접속 금지

조계종이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했던 것은 2015년 11월 4일이었다. 조계종단의 국회격인 중앙종회는 '해종 언론' 결의문을 채택하고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당시 대책위원회의 기관별 해종언론 대응계획에는 사이트 접속 차단뿐만 아니라 '해종언론 광고 및 후원, 인터뷰 등 진행 기관 및 사찰에 대한 조치' 등이 적혀 있다.

이 대표는 "조계종단은 <불교닷컴>와 <불교포커스>에 대해 취재 금지, 출입 금지 광고 게재 금지, 접촉 금지, (사이트) 접속 금지 등 '5금(禁) 조치'를 내렸고, 그대로 실행됐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넘게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는 한 발도 들이지 못했습니다. 한 번은 총무원 직원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청사로 들어가려는 저를 패대기치기도 했습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있는 자리였는데 한 행사장에서 질질 끌려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자승 원장 지시다. 자승 원장 눈에 레이저 나오는 거 안 보이냐. 빨리 나가라'라고 말하더라고요.

지금도 총무원에서 <불교닷컴>을 접속하려면 하얀 화면만 뜹니다. 조계종 승려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계종을 출입하는 기자와의 접촉도 금지시켰죠. 총무원은 저희 기자와 잠시 만난 기자의 매체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그 기자의 출입처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종단의 문제가 아닌 수행의 자세 등에 대해 스님을 인터뷰한 기사도 총무원측에서 당사자에게 이야기해서 기사를 지우게 한 사례는 부지기수이고, 하다못해 단신으로 처리한 사찰 행사의 경우도 해당 사찰로 항의 전화를 걸어서 기사를 내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계종이 '5금(禁)조치'한 불교닷컴 이석만(49, 좌), 불교포커스 신희권(50, 우) 대표가 서울 안국동 조계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 정대희
 
[백양사 도박사건] <불교닷컴> 특종 보도 후 대대적 탄압

지난 5년간 이 대표를 괴롭힌 또 다른 고통은 '광고 금지'였다. 지금까지 광고 한 건을 수주하지 못했다고 한다. <불교닷컴> 매출은 그동안 거의 '제로'였던 셈이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12년에도 조계종 중앙종회로부터 광고 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백양사 도박사건'을 특종 보도한 뒤였다.

그는 백양사 관광호텔 방에서 동영상이 찍히는 것도 모르고 방장 스님 49재를 모시러 왔던 승려들이 웃통을 벗고 담배를 태우면서 도박판을 벌이는 영상을 단독 보도해 불교계에 경종을 울렸다. 당시 자승 총무원장은 108배 하면서 사죄했고, 대대적인 종단 쇄신안을 발표했다. 도지사급인 교구 본사 주지들이 조계사에서 참회했다.

하지만 그해 6월 22일 중앙종회는 <불교닷컴>에 대해 출입 금지, 광고 금지, 취재 거부를 결의했다. 그 뒤 광고 제로 상태로 버티던 그는 2013년 3월 18일 광고 중단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23명의 승려들이 모인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 갔다가 심한 폭행을 당했다.

당시 폭행을 한 승려는 300만원 벌금형을 확정 받았고, 이 대표는 그 사건으로 이를 4개나 뽑아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관련 기사] "승려에게 맞아 이 4개 나가고 피오줌까지" http://omn.kr/flkk

<불교닷컴>은 그 뒤에도 조계종단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불교계의 개혁을 위한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불교계 언론들이 침묵했던 자승 전 총무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탐사 보도했고, 적광 스님 폭행사태, 마곡사 금권 선거, 용주사 주지 은처 의혹, 비리로 얼룩진 동국대 사태, 명진 스님 제적 사태 등을 집중 보도했다.

이에 2015년 조계종 중앙종회는 '해종언론 결의문 채택'으로 맞선 것이다. 결의문 채택 당시 종회 의원들에게 뿌렸다가 수거한 자료에는 불교계 비판 언론에 대한 조계종단의 부정적인 시각이 담겨 있었다. '악성 인터넷 매체의 실체'라는 제목에 '불교닷컴', '불교포커스'라는 부제를 단 A4 용지 26쪽의 문건이었다.

이 자료의 머리말로 쓴 '무분별한 비방 기사, 종단 피멍든다' 제목의 글에는 "상식과 이성이 통용되지 않는 훼불, 해종의 만행이 수년간 방치되면서 전체 승가와 종단 나아가 종도의 가슴에 피멍만 남기고 있다"고 적었다.

[관련 기사] '조계종 사찰 출입-취재 금지' 당한 기자들... 왜? http://omn.kr/nv84

[다시 판결문] "국정원과 결탁? 근거 없다"

이 대표는 "종교의 속성이 회개와 참회인데, 그동안 조계종은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를 악질적인 방법으로 진행했다"면서 "이번에 법원이 내린 판결은 종교 집단도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해야 하고, '해종언론'으로 규정해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대한 폐쇄성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피고(조계종)들은 원고들이 운영하는 언론매체의 사무실에 국가정보원 직원이 장기간 출입하였고, 그에 비추어 원고들이 불교 관련 정보를 거래하는 등 국가정보원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지만,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는 원고들과 국가정보원의 정보거래나 결탁 사실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김영국)는 21일 '대한불교조계종과 자승 전 총무원장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대한 악의적 왜곡 조작과 언론 탄압을 즉각 중지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협회는 성명서에서 "대한불교조계종과 <불교신문>, 그리고 자승 전 총무원장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규정을 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뿐만이 아니라 청정승가와 불교대중들을 모독하고 혼란 상황을 조성하는데 앞장서 온 해종·훼불행위에 대해 참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현 조계종 집행부가 전임 자승 총무원장 당시의 과오를 바로잡고, 자승 전 총무원장 등 언론탄압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을 즉각 조사하고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의평화불교연대(상임대표: 김광수)도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한불교조계종은 정론직필을 실천하던 언론사,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 훼불, 악성 언론'으로 낙인찍고 광고 및 후원 금지, 취재 및 인터뷰 금지, 출입 금지, 사이트 접속 차단 등 저인망식 총체적인 탄압을 감행하고, 이로도 모자라 '국정원 프락치' 등의 음해 공작을 하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종단이 자신들의 범계와 비리를 비판한 언론사를 탄압하는 것은 역사를 17세기 이전의 야만의 시대로 퇴행시키는 것이자 민주주의와 헌법을 부정하는 위헌 행위"라며 "종단이 불법과 대한민국의 헌법에 입각하여 두 언론사에 대한 해종 언론 지정을 즉각 철회함은 물론 모든 탄압을 즉시 중단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조고각하] 각자 자기 발밑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가 최근 조계종단의 '해종언론' 대책 내용을 비판하고 있다.
ⓒ 유병문
 
인터넷 매체인 <불교닷컴>은 지난 2006년 1월 창간했다. 창간 모토는 '조고각하(照顧脚下)'이다. 원오극근 선사가 <벽암록> 제 1칙에서 밝힌 말인데 "각자 발밑을 살펴보라"는 의미다. 그에게 '5금 조치'를 내렸던 조계종 총무원의 청사 계단에도 '조고각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년 동안 청사 계단 위에 한 번도 올라서지 못했다.

불교 신도이기도 한 이석만 대표는 "지금도 조계종은 언론이 불교계의 썩은 환부를 들추면 그 사건을 조사해서 비리 당사자를 처벌해야 하는데, 도둑을 잡으라고 고함을 친 사람을 잡고 있다"면서 "해종 언론에 대한 그간의 금지 조치를 즉각 철회, 사과하고 종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서 자정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석만 대표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원씩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조계종단의 일부 권력승들로부터 탄압을 받으면서 언론 자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고, 제 심정을 알아주는 오마이뉴스가 고마워서 10만인클럽에 가입했다"면서 "지금 우리는 자비를 실천해야 할 조계종단에 밉보여 혹독한 터널을 지나오고 있지만, 오마이뉴스와 함께 끝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인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정신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불교닷컴 둘러보기] 홈페이지 http://www.bulkyo21.com/
[이석만 대표와 함께하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가입 http://omn.kr/1m9k7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