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폐쇄 나흘전 '김수현 문건'..산업부는 삭제, 檢은 복구했다

김수민 2021. 2. 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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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석, 에너지전환 정책 태스크포스(TF) 주도
靑 "조기 폐쇄" 지시 전달한 '메신저' 행정관 조사
대전지검. [중앙포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산업부 출신 청와대 행정관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A 행정관은 채희봉 당시 산업정책비서관의 조기 폐쇄 지시를 산업부에 전달한 '메신저'로 지목받는 인물이다. 검찰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직전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에 산업부가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보고한 문건도 확보했다. 검찰 수사가 마지막 단계인 채 전 비서관을 포함한 청와대 탈원전 정책 결정라인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최근 A 전 행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A 행정관과 함께 당시 기후환경비서관실 B 행정관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한 바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경제수석실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실과 사회수석실 산하 기후환경비서관실에 파견돼 일했다.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당시 경제수석실뿐 아니라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이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끌던 청와대 에너지전환 태스크포스(TF)도 관여돼 있었기 때문이다.

백운규 전 장관 (左), 채희봉 전 비서관(右) [중앙포토]


A 행정관은 특히 채희봉 당시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부터 “월성 1호기 원전을 즉시 가동 중단하는 계획안을 산업부 장관에게 알리고 이를 다시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고, 당시 정모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에 전달한 사람이다.

앞서 감사원 감사 등에는 산업부 삭제 문서에 청와대 협의 자료 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특히 산업부 김모 서기관(구속기소)이 삭제한 530개 파일 가운데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결정 나흘 전 6월 11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180611_산업비서관 요청사항' 문건과 '180611_후속조치 및 보완대책_(사회수석보고)_오타 수정' 문건도 발견해 복구했다.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최종 결정 직전 채 비서관과 활발히 협의했던 것뿐 아니라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당시 김수현 사회수석에 보고했던 정황이 나타난 셈이다.


김수현 전 수석 "월성 1호기 폐쇄엔 일절 관여 안 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의 진술 내용에 따라 수사가 채 전 비서관의 ‘윗선’까지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시 청와대에서 탈원전 정책을 총괄한 건 에너지전환 TF였고 TF를 이끈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에게 산업부가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발견됐기 때문에 김 전 수석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 전 사회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뿐 아니라 부동산, 교육 분야 등을 챙기며 ‘왕수석’으로 불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특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전문 영역인 부동산뿐 아니라 에너지‧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밑그림을 그렸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원전 폐기’라기 보다 에너지정책 전환”이라는 소신을 보인 바 있다.

김 수석은 2018년 10월까지 에너지 TF를 이끈 뒤 탈원전 정책은 모두 경제수석실로 이관했다. 한 달 뒤엔 경제수석실까지 관장하는 정책실장으로 영전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당시 원전 관련 당정 회의 때 김수현 사회수석이 참여했다”면서도 “다만 김 전 수석은 (월성 원전 폐쇄 등에)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중앙일보에 "월성1호기 폐쇄에는 일절 관여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원전 추진’ 논란도 檢 직접 수사할까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향 문건'에 담긴 신한울 3·4호기 활용방안. 산업부는 해당 문건이 ″아이디어 차원서 내부에서 만들어 종결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한편, 재판에 넘겨진 산자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 목록에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북원추) 문건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직접 그 경위 파악에 나설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과장 등 산업부 공무원이 만들었다가 감사원 포렌식(자료 복구 및 추출) 전날 지운 문서 파일 530개 중에는 북한 원전 지원 관련 문건 17개도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이 문건을 계기로 검찰의 원전 수사가 탈원전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야당 요구대로 국정조사와 특검이 도입돼 탈원전 정책 전반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가의 전략물자인 원전 이전 문제를 산업부 실무진에서 독단적으로 검토했을리는 없다는 측면에서다.

김수민‧강광우·하준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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