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인들 냄비 두드려 쿠데타에 항의..홍콩 시위대 쓰던 앱도 인기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미얀마에서 시민들이 '불복종' 운동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쿠데타에 항의하는 표시로 차량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드리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 도움을 호소하는 게시물도 올리고 있다.
쿠데타 발발 이틀째인 2일 저녁,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선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차량 경적 울리는 소리와 냄비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시민 불복종'의 표시로 소음을 내며 항의했다.
3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쿠데타는 국민의 뜻이 아니다", "미얀마를 구해달라"는 게시물이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고 있다.
쿠데타 이후 한때 인터넷이 끊기자 시민들은 자구책도 동원하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일 쿠데타 이후 현지에선 인터넷 연결없이도 쓸 수 있는 메시지앱 '브릿지 파이'가 100만회 넘게 다운로드됐다.
브릿지 파이는 단거리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100m 이내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앱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인터넷에 제한을 가한 전력이 있는 국가들에서 특히 인기"라면서 "미얀마 내 활동가들도 혹시 모를 인터넷 두절의 해결책으로 이 앱을 다운로드하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앱에는 '건너뛰기' 기능도 있어서 수신자가 200m 떨어져 있어도 100m 지점에 다른 사용자가 있으면 이를 징검다리 삼아서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또 방송 모드 기능으로 주변에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어 시위 상황을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
과거 홍콩의 반정부 시위 때나 태국 내 반정부 집회에서도 이 앱이 활용됐다. 이와 유사한 앱인 파이어 챗은 이란과 이라크 시위에서 사용됐다.
시민들의 저항 움직임도 곳곳에서 표면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오후 8시를 기점으로 각종 소음이 울려퍼지고 있다며 관련 영상을 올렸다.
쿠데타군에 대한 불복종의 표시로 베란다에서 냄비를 두드렸다는 한 네티즌은 "이 시끄러운 소리는 우리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같다"고 밝혔다.
태국 반정부 세력 사이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한 '세 손가락 경례'도 현지에서 등장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 등장한 것을 따온 것인데 세 손가락은 각각 선거·민주주의·자유를 뜻한다고 한다.
한편 쿠데타로 전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일 총선 부정 의혹에 대한 계속된 항의가 묵살된 만큼, 군부가 정권을 잡은 것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이후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입장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공보청은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첫 군사정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군부의 거듭된 총선 부정 조사 요청을 선관위가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군부 정권은 시민 불복종 움직임을 겨냥해서는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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