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가격 급등에 고개 드는 脫석탄 속도 조절론

정다운 2021. 2. 3. 12: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스팟(현물거래)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동아시아 전역에 몰아친 기록적인 한파에 각국 탈(脫)석탄 정책까지 더해져 LNG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탈석탄 기조 속에서 LNG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스요금, 전기요금 연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록적인 한파에 가스 수요 급증

한국가스연맹에 따르면 지난 1월 15일 기준 LNG 스팟 가격은 MMbtu(열량단위)당 26.99달러. 5개월 전인 지난해 8월 15일(3.88달러)보다 7배 가까이 치솟았다.

LNG는 겨울철마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다소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올해는 기록적인 한파에 공급 부족까지 겹쳐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급작스러운 한파가 닥친 지난 1월 11일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전력 최대 수요가 9056만4000㎾에 달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날 전력예비율은 평소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9.5%에 그쳤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예비율을 확보하기 위해 시운전 중인 발전기를 가동하고 석탄 발전 상한제약을 모두 푸는 등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라츠는 “LNG 가격 급등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LNG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LNG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도 LNG 가격 상승을 견인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LNG 수출 주요 국가인 호주와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등은 LNG 생산 공장 약 20%를 폐쇄했다.

LNG선이 입항해 있는 LNG터미널 전경. <광양LNG터미널>

▶친환경 脫석탄 정책 이어지는데…

한파 같은 단기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탈석탄 정책 영향으로 중장기적인 상승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탄소중립’ ‘탈원전’ 정책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제가스연맹(IGU)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가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은 모두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다. 일본(1020억㎥)이 가장 많은 LNG를 수입했고, 중국(840억㎥), 한국(540억㎥), 인도(330억㎥)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탈원전과 탈석탄,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풍력 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은 날씨나 계절 영향을 덜 받는 LNG 발전이 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파나 폭설, 적은 일조량 등 날씨 변화가 클수록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전력수급 기여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LNG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어 ‘탄소제로’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 가교 역할을 하는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다.

건설 중인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강릉에코파워 홈페이지>

▶고개 드는 탈석탄 속도 조절론

하지만 일각에서는 빠르게 높아지는 LNG 의존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전 세계적인 LNG 수요 증가로 LNG 가격이 급등하면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상승 역시 불가피하다. LNG는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지만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처럼 이례적 한파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급등하기 쉽고, 이는 전기료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급격한 탈석탄 정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원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간헐적인 발전 수단”이라면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아직은 석탄 발전과 같은 기저 발전이 일정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정부 역시 탈원전, 탈석탄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원전, 석탄 발전기를 급격히 줄이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서천 1호기와 고성하이 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건설 중인 석탄 발전기 7기는 여전히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있다. 2034년까지 노후화된 석탄 발전기 30기는 차례로 폐쇄되고 그 자리는 24기의 LNG 발전기로 전환된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LNG 가격 급등과 갑작스런 혹한에서의 전력수급 비상사태는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등 급격한 탈석탄 추진이 에너지 안보에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다”면서 “정부 역시 탈석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의 필요성을 인정했듯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종결하고 적기준공을 통해 전력수급 안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기차,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라 앞으로 전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전력 공급은 국가 산업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확보하면서 2050 탄소중립 정책과도 공존하는, 전략적인 전원 믹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