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한국 정부, 일자리 수만 늘리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내년 2분기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한일 무역 갈등, 양국 모두에 손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한국 정부의 고용정책에 대해 단순히 일자리 수만 늘릴 게 아니라, 생산성 높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직접 공급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두고서다.
안드레 안도니안 맥킨지 한국사무소 신임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맥킨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2030년까지 80만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과학자)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한국은 2022년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의 강점을 이용해 패러다임 전환을 단행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돈을 번 업종의 이익을 피해 업종과 나누자는 취지의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5년 동안 맥킨지 일본사무소 대표를 지내며 다수의 일본 기업을 컨설팅한 그는 최근 악화한 한국과 일본의 통상 관계에 대해 “무역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은 양국 모두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세계 경제가 점차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A : 2021년은 전환기가 될 것이다. 전 세계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보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경제가 정상화하는 시점은 올해 2분기,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때는 3·4분기로 예측한다. 바이러스의 변종, 백신 접종의 지연 등의 변수에 따라 약 1년 정도의 차이가 날 수 있다. 한국은 2022년 2분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 3분기보다는 빠른 수준이다.
Q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회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A : 이런 때일수록 기업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위기 시 고성과 기업과 후발 주자의 격차는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성공적인 기업은 마치 모든 건반을 사용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경영을 했다. 공격적인 자원 재분배,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디지털 생태계 구축, 애자일(agile·날렵한) 의사결정 등 모든 분야에 잘 준비한 기업이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Q : 한국 산업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하나?
A : 한국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고, 이제 이 강점을 이용해 패러다임 전환을 단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식이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기업이 테스트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의 균형을 맞추는 규제도 필요할 것이다.
Q : 한국 기업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나?
A : 한국 기업이 과감한 목표 설정을 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과감한 목표 설정은 중요한 선제조건이다. 한국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맥킨지 통계를 보면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기업의 70%가 ‘파일럿의 함정’에 빠진다. 디지털화를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한 번 실행한 뒤 조직 내에 확산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디지털 전환은 첫 1년 안에 전체 목표의 74%가 실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애자일한 업무·의사결정 방식, 글로벌 인재의 활용이 더 필요하다.
Q : 경제 위기로 기업은 고용을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올해 100만개 이상의 직접일자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A : 과거 일자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한국 정부의 직접일자리 창출 계획은 굉장히 높은 목표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과 긴밀히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일자리 수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성도 함께 늘어야 한다. 고용의 양만큼 질도 중요하므로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에는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등의 분야 인재의 육성이 특히 필요하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한국에 80만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Q : 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은.
A :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큰 그림을 봐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로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방안으로 모두가 득이 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 코로나 시대에 가치가 급등한 기업의 특징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을 산업은?
A : 맥킨지가 400여개 기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기업이 위기에도 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특징으로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고객 경험을 중요시하며 ▶목적 지향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직원의 사기와 고객의 연대감을 높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산업이 각광을 받을지 꼽기는 쉽지 않지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는 온라인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중요할 것이다. 전체 기업 중 60%만이 e커머스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이오의약품 분야와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지속가능성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Q : 맥킨지 일본사무소 대표를 5년간 역임했는데, 최근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을 비교한다면?
A : 비슷한 점이 많다. 양국 모두 수출에 의존하고, 협업 문화가 강점이다. 양국이 처한 도전 과제도 유사성이 있다. 고령화 문제와 함께 디지털 시대에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한국과 일본 사회는 평생 고용과 고용 유연성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 시대에는 고용 유연성을 중요하게 볼 것이기 때문이다.
Q :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에 동의하는지,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인지? 양국 갈등에 대한 생각은?
A : 한국과 일본 모두 무역에 매우 의존하는 국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회를 잡아 선도 국가로 나아가야 하는데 무역 갈등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득이 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규제를 따르는 구조다. 1차 세계대전에서 민족 학살을 경험한 아르메니아계 오스트리아인으로서 역사적 감정에 일부 공감한다.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길 희망한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 안드레 안도니안(André Andonian)
「
▶2021년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선임
▶2016~2020년 맥킨지 일본사무소 대표
▶1988년 맥킨지 독일 뒤셀도르프사무소 입사
▶IBM, 마스코 코퍼레이션 등 근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오스트리아 빈 대학 경제학 학·석사
▶1962년 6월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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