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새 전선된 '미얀마'
유엔 안보리 성명도 실패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정부가 미얀마 사태를 ‘군부 쿠데타’로 공식 규정했다. 사태 발생 이틀 만이다. 미국은 쿠데타로 정부가 전복된 국가에 대해선 대외 원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미국 정부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ㆍ중 갈등 전선이 미얀마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버마(미국은 군부가 작명한 미얀마 대신 옛 국호인 버마로 표현한다)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라며 "사실 검토와 상황 점검을 통해 군부에 의해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구금된 상황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의 행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지만 쿠데타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국무부는 이어 "우리(미국)는 버마 군부 지도자들에 구금된 이들을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 따라 버마에 원조에 제한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번 쿠데타와 관련,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미얀마 군부를 압박했다. 미국 정부는 2016년 미얀마 민주화 이후 대외 원조기관인 유에스에이드(US aid)를 통한 지원을 해왔다.
미얀마 1위 교역국인 중국은 여전히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미얀마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하고 정치 및 사회 안정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미얀마 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3일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제재는 ‘불 위에 기름을 붓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냈다. 이는 중국 매체들이 그동안 미얀마 쿠데타 사실과 상황만 보도해 왔던 것과는 다른 어조다.
글로벌 타임스는 동남아 지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오히려 미얀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어 태국과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미얀마 이웃국가들도 중국과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진영의 제재가 미얀마를 더욱 교착상태로 빠뜨릴 수 있으며 미얀마 이웃국가의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중국 매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를 보면 중국 지도부가 이번 미얀마 쿠데타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꿈꾸고 있는 중국은 미얀마에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12일 미얀마를 방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민 아훙 흘라잉 국방부 최고사령관 등과 만나 경제 및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중국은 앞서 미얀마 정부와 만달레이 지역 철도 연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얀마 전체 무역의 33%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다면서 미얀마의 인프라 건설과 무역 및 에너지 프로젝트가 중국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중국과 미얀마간 관계가 더욱 밀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의 쿠데타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성명을 내지 못했다. AP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안보리 15개 회원국이 모여 성명 초안을 작성했으나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본국에 이를 보내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최종 확정되지 못했다.
이 성명 초안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군부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정치 지도자 전원을 즉각 석방해야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중국 내부에선 미국이 선뜻 미얀마 제재에 나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쉬리핑 중국 사회과학원 동남아시아연구센터 주임은 "미얀마의 민주적 전환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라며 "군부 등 제재가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력한 제재로 인해 미국이 미얀마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쉬 주임은 "미얀마에 대한 원조 중단 등 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미얀마 정부가 중국과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바이든 행정부가 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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