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12년 전 공포 데자뷔..오늘부터 3일간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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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이라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쌍용자동차가 끝내 3일 셧다운(가동중단)됐다.
외국계 기업에 이어 중소 협력사들의 부품 공급 중단에 따른 결과로, 자칫 셧다운 기간이 설 이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소 협력사들은 이후 공급을 재개했지만 끝까지 납품을 중단한 일부 대기업과 외국계 부품사들이 계약 연장을 거부해 쌍용차는 일 단위로 현금을 주고 부품을 공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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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출국 산은도 등 돌려
"2009년 옥쇄파업 때 만큼 위기"
납품대금 문제 해결 못하면
다음주도 가동 재개 불투명
협력사 "정부의 실질적 지원 요청"호소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파산이라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쌍용자동차가 끝내 3일 셧다운(가동중단)됐다. 외국계 기업에 이어 중소 협력사들의 부품 공급 중단에 따른 결과로, 자칫 셧다운 기간이 설 이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설상가상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 측의 출국까지 겹쳐 사전회생계획(P플랜)도 안갯속에 갇힌 형국이다. 쌍용차 안팎에서는 옥쇄파업으로 77일간 제대로 공장을 돌리지 못한 2009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쌍용차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3일간 생산 라인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이유는 ‘협력사의 납품 거부에 따른 생산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 중단’이다.
앞서 쌍용차가 지난해 12월21일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협력사들은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같은 달 24일과 28일 납품을 중단한 바 있다. 중소 협력사들은 이후 공급을 재개했지만 끝까지 납품을 중단한 일부 대기업과 외국계 부품사들이 계약 연장을 거부해 쌍용차는 일 단위로 현금을 주고 부품을 공급받았다. 그러다 쌍용차가 지난달 28일 P플랜 돌입과 만기가 도래한 2000억원 규모의 어음 지급 유예를 밝히면서 대기업·외국계 부품사들이 납품을 또다시 중단했다. 이에 쌍용차는 당장 이달 1~2일 공장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문제는 다음 주에도 공장 가동 재개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쌍용차 측은 HAAH가 투자를 철회한 것은 아니며 P플랜을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협력사들은 쌍용차가 납품 대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공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쌍용차가 유동성을 마련할 수단은 차량 판매 수익뿐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차량 수출이 전월 대비 증가했지만 국내시장에서 차량 564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총 판매량이 18.1% 감소해 이도 여의치 않다. 쌍용차 측은 "협력사들과 납품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일한 희망이던 산업은행도 HAAH가 투자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며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HAAH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2억5000만달러(약 2750억여원)를 쌍용차에 투자하겠다면서 산은에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산은은 쌍용차 P플랜 이슈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한다"며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쌍용차의 위기는 2009년 ‘상하이차의 먹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벌어졌던 이른바 옥쇄파업 당시의 상황과 맞먹는다는 지적도 감지된다. 당시 쌍용차에 기술이전료를 절반인 600억원만 지급하고 핵심 연구원들을 중국 현지 본사로 보낸 대주주 상하이차가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사측도 대규모 인력 감축안을 발표하자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조는 77일간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한 바 있다.
김석경 쌍용차 협동회 사무총장은 "유동성 위기인 상황에서 협력사들까지 중소업체와 대기업이 나뉘어 ‘쌍용차에 계속 납품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갈린 상황"이라며 "2009년 보다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그간 소통해온 대기업과 외국계 부품사에 부품 공급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접촉을 계획하고 있다.
쌍용차 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쌍용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중소 협력사들에 대한 정부의 긴급 금융 지원 프로그램들은 높은 신용도와 담보가 요구돼 실효성이 없다"며 "쌍용차 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갖고 모든 협력사가 부품을 계속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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