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3지대 단일화' 승부수.."우리가 A조, 국민의힘 B조"

손국희 2021. 2. 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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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5호에서 4.7 보궐 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후보 단일화 경선 제안을 수락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 제안을 3일 수락했다. 이로써 야권 단일화는 국민의힘 경선과 제3지대 후보의 외곽 경선 투트랙으로 진행된 뒤, 막판에 1대1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 전 의원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B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일화에 참여하는 후보들이 동의할 것을 요청한다”며 몇 가지 기준을 내밀었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한다는 단일화 취지에 동의하고,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하지 않고,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며, 승리한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범야권 단일화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5호에서 4.7 보궐 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 대표의 제3지대 단일화 수락은, 오는 3월 4일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국민의힘 경선과 별개로 자신도 여론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에 입당 없이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고,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개별 일정 소화만으로는 안 대표를 부각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다.

국민의힘과의 막판 단일화를 ‘3자 대결’(국민의힘 최종 후보, 안 대표, 금 전 의원)이 아닌, 일대일 대결로 좁혀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포석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3지대 후보들과의 경선에선 안 대표가 월등히 앞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안 대표는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가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은 저의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지만, 국민의힘에도 견제구를 던졌다. 안 대표는 제3지대 단일화 경선을 A조, 국민의힘 경선을 B조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 “야권 후보 적합도 등에서 가장 앞서는 제가 포함되니까 (3지대 경선을) A리그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약진했다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서는 “이번 선거가 범야권에 굉장히 어려운 선거라는 걸 계속 말 해왔다”며 “단일화를 해야 정권 교체 초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후보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설 전에 만나 시민 앞에서 치열하게 토론하자"고 화답했다. 오종택 기자


안 대표의 회견 직후 금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안 대표가 말한 조건은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적어도 설 전에 만나서 서울시민 앞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4일 회동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야권 단일화 그림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민의힘은 우리 후보를 선출하는 데 주력하겠다”(당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당내에선 “최종 단일화 국면에선 안 대표의 바람이 꺼지고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중진 의원들은 연석회의를 갖고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 후보부터 선출한 뒤 막판 단일화를 한다는 틀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제3지대 경선 움직임에 대해 “야권 후보가 단일화 돼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복잡하게 여겨졌던 야권 단일화 방정식이 훨씬 단순 명료해졌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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